♣ 24일차 에세이 필사 - '만나지 않아도 가르침을 주는 멘토'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정여울, 김영사>
♣ 본문 필사
만나지 않아도 가르침을 주는 멘토
우리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 두 사람의 향연을 마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플라톤Platon의 《향연》으로부터 시작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르기까지, 고전의 숲을 오래오래 함께 걸어볼 작정이었다. 소크라테스Socrates와 그의 제자들처럼 성대한 연회를 베풀 수는 없지만, 둘이서 커피와 함께 달콤한 마카롱을 곁들여 먹으며 ‘이게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향연의 아름다움이구나’하고 감탄하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선생님께서 큰 수술을 받으셔서 몇 달간 세미나가 중단됐다.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꼈지만, 그 아픔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슬퍼하고 걱정하면 선생님이 더 아파하실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된 수술을 마친 선생님이 내게 전화를 하셨다.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우리의 향연을 생각하셨고 살아남아서 여울이와 꼭 마쳐야 할 일이 있으니까 힘을 내셨다고.
나는 내 흐느낌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넘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지만, 선생님은 내게 이 둘만의 향연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를 지녔는지 아셨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안다.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 때도 늘 선생님의 말과 글이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처럼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다는 것을.
- p.150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정여울, 김영사>
■ 문장 분석
- 저자의 첫 번째 스승 문학평론가 황광수 선생님과 있었던 일화입니다.
- 저자는 황광수 선생과 30년 나이차가 있지만 한 번도 세대 차이를 느껴본 적이 없다합니다.
- 저자는 황광수 선생과 둘이서 ‘향연’이라는 테마로 세미나를 시작했다고 해요.
- ‘플라톤Platon의 《향연》으로부터 시작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르기까지,’ 선생님과 함께 고전에 관한 토론과 사유를 나눠볼 ‘작정이었다’고 밝힙니다.
- ‘이게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향연의 아름다움이구나’ 라며 커피, 마카롱과 함께 나눈 시간이 ‘아름다움’이었다고 하네요.
-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꼈지만, 그 아픔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선생님의 수술과 세미나의 중단이 저자에겐 아픔으로 다가왔음이 전해집니다.
-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우리의 향연을 생각하셨고 살아남아서 여울이와 꼭 마쳐야 할 일이 있으니까 힘을 내셨다고.’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 ‘선생님은 내게 이 둘만의 향연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를 지녔는지 아셨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안다.’ 스승과 제자란 무엇일까를 배우게 되는 대목입니다.
- ‘늘 선생님의 말과 글이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처럼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다는 것을.’ 수호천사라는 단어가 인상적입니다.
- 누군가와의 인상적인 만남이나 ‘만나지 않아도 가르침을 주는 멘토’, 저자처럼 누군가와 ‘향연’의 기쁨을 적어봐도 좋겠습니다.
♣ 필사하기
단상)
향연의 아름다움을 위해
2018년 9월 1일부터 숭례문 학당과 인연이 되어 세 분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온라인 철학 필사 리더 샘을 만났고(7기), 온라인 시(詩) 필사 리더 샘을 만났고(16기), 또 온라인 에세이 필사 리더 샘(3기)을 만난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다. 세 분의 샘을 직접 대면은 못했지만, 필사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향연’의 시간임을 확신한다.
철학 필사는 잠시 쉬고 있고, 시와 에세이를 이어가고 있다. 내 인생에 시(詩)를 만난 것이 행운이다. 거기에 에세이 필사를 만남으로 해서, 하늘에는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조금씩 불고 따뜻함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행복한 인연으로 세 분의 샘은 내 마음에 머물러 있고, 또한 내 인생에 스승임을 확신한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달콤한 마카롱을 곁들여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아름다운 향연을 베풀며, 흘러가는 구름과 강물을 보며, 우리의 인생도 흘러감을 노래하고 싶다.
m.youtube.com/watch?v=BOvOHs9sk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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