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늠 - 이병률
종이를 깔고 잤다
누우면 얼마나 뒤척이는지 알기 위하여
나는 처음의 맨 처음인 적 있었나
그 오래전 옛날인 적도 없었다
나무 밑에 서 있어보았다
다음 생은 나무로 살 수 있을까 싶어
이 별에서의 얼룩들은 알은체하지 않기로 했고
저 별들은 추워지면 쓰려고 한다
그 언젠가 이 세상에 돌아왔을 적에
그 언제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멀리 달아났을 때
이 땅의 젖꼭지를 꼭 쥐고 잠들었다
얼마나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서
— 시집『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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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 : 어떤 목표나 기준에 맞는지 안 맞는지 헤아려 봄
시인의 싯구처럼 종이를 깔고 자 본 기억있다. 어느 단체 모임에서 덮을 이불만 있어서, 종이 박스를 깔고 누웠다. 얼마나 뒤척이며 잠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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