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가늠 - 이병률

물빛향기 2020. 7. 25. 21:46

 가 늠          - 이병률

 

종이를 깔고 잤다

누우면 얼마나 뒤척이는지 알기 위하여

 

나는 처음의 맨 처음인 적 있었나

그 오래전 옛날인 적도 없었다

 

나무 밑에 서 있어보았다

다음 생은 나무로 살 수 있을까 싶어

 

이 별에서의 얼룩들은 알은체하지 않기로 했고

저 별들은 추워지면 쓰려고 한다

 

그 언젠가 이 세상에 돌아왔을 적에

그 언제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멀리 달아났을 때

 

이 땅의 젖꼭지를 꼭 쥐고 잠들었다

얼마나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서

 

   — 시집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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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 : 어떤 목표나 기준에 맞는지 안 맞는지 헤아려 봄

 

시인의 싯구처럼 종이를 깔고 자 본 기억있다.  어느 단체 모임에서 덮을 이불만 있어서, 종이 박스를 깔고 누웠다.  얼마나 뒤척이며 잠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