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러브 어페어* - 진은영
그런 남자랑 사귀고 싶다
아메리카 국경을 넘다
사막에 쓰러진 흰 셔츠 멕시코 청년...
너와
결혼하고 싶다
바그다드로 가서
푸른 장미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폭탄처럼 크게 들리는 고요한 시간에
당신과
입맞춤하고 싶다
학살당한 손들이 치는
다정한 박수를 받으면서
크고 투명한 물방울 속에
우리는 함께 누워
물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은빛 물고기에게,
학살자의 나라에서도
시가 씌어지는 아름답고도 이상한 이유를.
- 시집『우리는 매일매일』(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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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어페어(love affair) : 직역하면 '사랑사건' 혹은 '사랑놀음'
- 작은 사건이나 개인적인 문제 따위를 일컫는 말.
- 한 때의 사랑이나 일시적인 정사, 연애사건.
전쟁 속에서도 사랑을 꽃피고, 시가 씌여지고 하는 이유를 알수 없다고 한다.
또한 시인은 "학살자의 나라에서도 시가 씌어지는 아름답고도 이상한 이유를"의 여운을 남겨놓은 시인.
우리나라도 해방후에 전쟁과 학살이 있었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그 속에서 아름다운 시와 사랑의 아픔이 있었다.
아픔보다는 사랑하며 이해하며 행복한 삶이 되기를,,,
"시(詩)는 앎이고 구원이며 힘이고 포기이다.
시(詩)의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시적 행위는 본래 혁명적인 것이지만
정신의 수련으로서 내면적 해방의 방법이기도 하다."
- 옥타비오파스<활과 거래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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