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화장(花葬) - 복효근

물빛향기 2020. 7. 30. 11:51

화장(花葬          - 복효근

 

각시원추리 시든 꽃앞 사이에

호랑나비 한 마리 죽은 채 끼어 있다

 

시들어 가는 꽃의 중심에 닿기 위하여

나비는 최선을 다하여 죽어 갔으리라

 

꽃잎에 앉아 죽어가는 나비를

꽃은 사력을 다하여 껴안았으리라

 

폼페이 화산재 속에서

껴안은 채 발견된 연인의 화석처럼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서로에게 소멸되고 있었다

 

다시

노란 조등 하나가 켜지고

 

어느 궁극에 닿았다는 것인지

문득 죽음 너머까지가 환하다

 

       - <시와 시학> 2015년 겨울호

 

===

 

나비로 존재하다가 죽어가면서까지 최선을 다한 호랑나비와

그런 나비를 꼬옥 안아준 각시원추리꽃,,,

이 나비와 꽃처럼,

나는 내짝과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는가?

각시원추리꽃의 중심에서

나비는 최후의 시간을 맞이하는 것처럼,

나의 삶도 아름답게 편안하게 흔들리면서 마무리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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