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슬픔이 하는 일 - 이영광

물빛향기 2020. 8. 8. 21:16

슬픔이 하는 일      - 이영광

 

슬픔은 도적처럼 다녀간다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끓인 불,

울음이 꽉 눌러 터뜨리려 하면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버린다

뒤늦은 몸이 한참을 젖다 시든다

슬픔은 눈에 비친 것보다는 늘

더 가까이 있지만,

깨질 듯 오래 웃고 난 다음이나

까맣게 저를 잊은 어느 황혼,

방심한 고요의 끝물에도

눈가에 슬쩍 눈물을 묻혀두고는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다

슬픔이 와서 하는 일이란 겨우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내는 일

 

   - 시집<나무는 간다>(창비, 2013)

 

=   =   =

 

슬픔 보다는 기쁨이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울고 있는 노인'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신성림,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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