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 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떠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그 숲이 있기는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 시집<야생사과>(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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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있으면 편안함이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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