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하는 일 - 이영광
슬픔은 도적처럼 다녀간다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끓인 불,
울음이 꽉 눌러 터뜨리려 하면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버린다
뒤늦은 몸이 한참을 젖다 시든다
슬픔은 눈에 비친 것보다는 늘
더 가까이 있지만,
깨질 듯 오래 웃고 난 다음이나
까맣게 저를 잊은 어느 황혼,
방심한 고요의 끝물에도
눈가에 슬쩍 눈물을 묻혀두고는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다
슬픔이 와서 하는 일이란 겨우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내는 일
- 시집<나무는 간다>(창비, 2013)
= = =
슬픔 보다는 기쁨이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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