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파리 - 장석주

물빛향기 2020. 8. 17. 22:10

파리        장석주

 

비굴했다,

평생을

손발 빌며 살았다.

빌어서 삶을 구하느라

지문이 다 닳았다.

끝끝내 벗지 못하는

이 남루!

 

   - 시집<몽해항로>(민음사, 2010)

 

===

 

 인생

 

비굴하지 않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

처자식 고생 안 시키고

그래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잘 살고 있다.

 

파리채   - 김진래

 

비참했다

항상

손발 빌며 사는 파리를 향해

전진하는

파리채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탁!

딱!

끝끝내 벗지 못하는

이 허탈하다.

 

* 장석주시인의 '파리'를 읽고서 바꿔 써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