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빗방울'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물빛향기 2020. 7. 29. 21:08

♣ 4-17일차 에세이 필사 - '빗방울'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aladin.kr/p/h2lwb

 

아침의 피아노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다.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의 일기 234편을

www.aladin.co.kr

♣ 필사본문

94 .
아이를 역까지 데려다준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풍경을 바라본다. 아침 세우가 세상을 적신다. 차창을 열고 팔을 내밀어 빗방울을 느낀다. 아 너무 좋아라, 애무에 취한 애인처럼 마음이 온몸을 풀어 기지개를 켠다. 방금 아이가 묻던 말이 생각난다. 신기해 빗방울은 왜 동그랄까. 나는 대답했었다. 바보야 물이 무거우니까 떨어지면서 아래로 맺히는 거지. 그것도 몰라? 누가 그걸 몰라. 그래도 물방울이 신기해. 너무 예쁘잖아…… 문득 차라투스트라의 한 문장:  “인간은 가을의 무화과다. 인간은 무르익어 죽는다. 온 세상이 가을이고 하늘은 맑으며 오후의 시간이다.” 무르익은 것은 소멸하고 소멸하는 것은 모두가 무르익었다. 니체는 그 순간을 ‘조용한 시간Der stille Stunde’이라고 불렀다. 조용한 시간 –그건 또한 거대한 고독의 순간이다. 사람은 이 난숙한 무화과의 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 평생을 사는가.  
 
96 .
많은 것이 달라졌다. 또 많은 것이 그대로다. 어디에 발을 딛고 설 것인가. 답은 자명하건만 그 자명함 앞에서 매일을 서성인다. 서성임, 그건 자기 연민일 뿐이다.

99 .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 p.112,115,119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 문장 분석 

- 세우 [細雨] 가늘게 내리는 비 
- ‘아 너무 좋아라, 애무에 취한 애인처럼 마음이 온몸을 풀어 기지개를 켠다.’ 팔에 빗방울이 떨어지니 너무 좋다고 하며 ‘애무에 취한 애인처럼~~’ 리듬감 느껴지는 표현을 썼네요.
- ‘차라투스트라의 한 문장:  “인간은 가을의 무화과다. 인간은 무르익어 죽는다. 온 세상이 가을이고 하늘은 맑으며 오후의 시간이다.” ’ 아이와 빗방울에 대해 말하다 이 문장을 생각했다고 하네요. 
- ‘조용한 시간 –그건 또한 거대한 고독의 순간이다. 사람은 이 난숙한 무화과의 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 평생을 사는가.’ 가을의 무화과처럼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는 문장입니다.
- ‘어디에 발을 딛고 설 것인가. 답은 자명하건만 그 자명함 앞에서 매일을 서성인다.’ 서성인다, 서성임이란 단어에 주목하게 되는 문장입니다.
-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 필사하기

 

 

요약과 단상)
=== 빗방울

 

- 세우(細雨) : 가늘게 내리는 비

- 아 너무 좋아라, 애무에 취한 애인처럼 마음이 온몸을 풀어 기지개를 켠다.

- 차라투스트라의 한 문장 : 인간은 가을의 무화과다. 인간은 무르익어 죽는다. 온 세상이 가을이고 하늘은 맑으며 오후의 시간이다.”

- 무르익은 것은 소멸하고 소멸하는 것은 모두가 무르익었다.

- 조용한 시간ㅡ그건 또한 거대한 고독의 순간이다. 사람은 이 난숙한 무화과의 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 평생을 사는가.

 

- 어디에 발을 딛고 설 것인가. 답은 자명하건만 그 자명함 앞에서 매일을 서성인다.

 

-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새벽에 세우가 세상을 적신다. 우산을 들고 거리를 나서는데, 팔에 빗방울이 떨어짐을 느낀다. 시골이라서 상쾌함을 주면서, 온몸을 풀어 기지개를 켠다. 빗방울이 똑 떨어져, 또로록 굴러간다. 빗방울이 굴러가듯 내 인생도 무르익어 가기를 소망하며 내가 딛고 일어설 곳은 어디인가? 매일매일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