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응급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물빛향기 2020. 7. 30. 21:33

♣ 4-18일차 에세이 필사 - '응급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aladin.kr/p/h2lwb

 

아침의 피아노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다.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의 일기 234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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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본문

 

2018년 2월

143 . 응급실

   응급실에 왔다. 며칠 전부터 장천공이 있던 부분이 무겁고 불편해서다. 응급실은 만원이고 대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응급실은 삶과 죽음이 부딪히는 경계 영역이다.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사람들은 전화를 걸고 받으며 거래를 하고 통장 번호를 주고받는다. 병이 들었다고 생활이 용서해주는 건 아니니까. 또 응급실에 오면 사람들의 얼굴이 어쩐지 한 번쯤 만났던 것처럼 낯설지 않다. 마치 이름만 듣던 친척이 어느 날 문득 찾아오면 본 적 없는 그 얼굴이 어쩐지 낯설지 않고 익숙한 것처럼……그럴 때 가족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가족은 족보와 혈통의 범주를 초월하는 관계 영역이다. 세상에 가족이 있다면 특정한 족속이 아니라 인간 모두를 포함하는 인간 가족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프루스트도 이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회고해보면 콩브레에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다 비슷하게 닮아 보인다. 그래서 콩브레의 추억은 인간 가족의 박물관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다 똑같다. 삶의 시간들이 흐르면서 그 얼굴들이 저마다 구별되는 얼굴이 되고 개인의 얼굴이 되지만 알고 보면 그 고유하다는 개체의 얼굴마저도 사실은 본래의 얼굴로 되돌아가는 통과와 과정의 형상일 뿐이다. 마치 정해진 도착지를 향해서 달리는 기차가 도중에 지나가는 수많은 작은 역들이 서로 다른 풍경을 지니는 것처럼……      - p.174~175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 문장 분석 
- ‘응급실’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 ‘며칠 전부터 장천공이 있던 부분이 무겁고 불편해서다.’라며 응급실에 오게 된 이유를 언급합니다.   
- 장천공[腸穿孔] : 장벽의 전층을 관통하는 구멍이 뚫리는 병 
- ‘응급실은 삶과 죽음이 부딪히는 경계 영역이다.’ 응급이 가진 속성을 나타내는 문장입니다.
-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사람들은 전화를 걸고 받으며 거래를 하고 통장 번호를 주고받는다.’ 응급실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지만 생활은 또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절묘하게 묘사했습니다.
- ‘또 응급실에 오면 사람들의 얼굴이 어쩐지 한 번쯤 만났던 것처럼 낯설지 않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 ‘회고해보면 콩브레에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다 비슷하게 닮아 보인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온 문장을 언급합니다. 
- ‘사람의 얼굴은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다 똑같다.’ 탄생과 죽음의 얼굴은 똑같지만 그 중간 단계인 삶을 살아가는 얼굴은 구별된다고 하네요.  
- ‘마치 정해진 도착지를 향해서 달리는 기차가 도중에 지나가는 수많은 작은 역들이 서로 다른 풍경을 지니는 것처럼……’ 인간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까지의 얼굴을 기차가 작은 역들을~ 이라며 은유하고 있습니다.     

 

♣ 필사하기

 

 

요약과 단상)
===  응급실

 

- 며칠 전부터 장천공*이 있던 부분이 무겁고 불편해서다.

- 응급실은 삶과 죽음이 부딪히는 경계 영역이다.

-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사람들은 전화를 걸고 받으며 거래를 하고 통장 번호를 주고받는다.

- 또 응급실에 오면 사람들의 얼굴이 어쩐지 한 번쯤 만났던 것처럼 낯설지 않다.

- 가족은 족보와 혈통의 범주를 초월하는 관계 영역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회고해보면 콩브레에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다 비슷하게 닮아 보인다. 그래서 콩브레의 추억은 인간 가족의 박물관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 사람의 얼굴은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다 똑같다.

- 마치 정해진 도착지를 향해서 달리는 기차가 도중에 지나가는 수많은 작은 역들이 서로 다른 풍경을 지니는 것처럼……

 

* 장천공(腸穿孔) : 장벽의 전층을 관통하는 구멍이 뚫리는 병

 

 

   응급실은 항시 만원이고 대기는 끝이 없어 보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의 선이 응급실이다.. 치료 받는 분들과 치료비 때문에 주고받는 전화소리,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 치료받고 나가는 사람, 병실로 이동하는 사람들, 위급한 상황들이 변화무쌍한 곳이 응급실이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정신없이 왔다갔다, 환자들의 생사(生死)가 달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