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일차 에세이 필사 - '이듬책방(김이듬 시인)과 매미를 만남'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 필사본문
219 .
날이 너무 덥다. 산책하는 일도 힘들다. 걸으면 고관절 통증이 있기도 하지만 뜨거운 열기 속을 걷는 일이 통 엄두가 안 난다. 하기야 환자가 아닐 때도 늘 여름 나기가 힘들었다. 대기 안에 빈틈없이 밀접한 생명의 에너지들, 맹목적인 생육과 생장의 열기를 나는 어쩐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여름이면 늘 한 장소를 그리워하면서 찾아다녔다. 그곳은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이다. 그러고 보면, 그건 뫼르소의 취향이기도 하다. 그도 하늘 한가운데 붙박여서 맹목적으로 달아오르기만 한 태양, 바다의 파도마저도 납물처럼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 눈먼 태양의 열기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한 장소, 해변 저 끝에 있는 샘물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앞을 아랍 남자가 막아서고 마침내 햇빛 한 조각처럼 칼날의 빛이 눈을 찔렀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고 그는 있는 줄도 몰랐던 낯선 세계로 이방인이 되어 끌려들어간다. 이 뜨거운 여름, 나도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곳이 간절히 그립다. 하지만 병이 아랍 사람처럼 그곳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나는 뫼르소처럼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없다. 언젠가 나는 이 아랍 사람을 통과할 것이고 이방인처럼 어느 낯선 세상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곳은 어디일까. 거기 또한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곳일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 문장 분석
- ‘하기야 환자가 아닐 때도 늘 여름 나기가 힘들었다.’ 여름날 산책은 환자에겐 힘겨운 일이겠네요.
- ‘대기 안에 빈틈없이 밀접한 생명의 에너지들, 맹목적인 생육과 생장의 열기를 나는 어쩐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밀접한 생명의 에너지/ 맹목적인 생육/ 생장의 열기 등 여름날의 표현이 치열합니다.
- ‘그곳은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이다.’ 여름날 이런 장소가 그리울 거 같네요.
- ‘그건 뫼르소의 취향이기도 하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킵니다.
- ‘그도 하늘 한가운데 붙박여서 맹목적으로 달아오르기만 한 태양, 바다의 파도마저도 납물처럼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 눈먼 태양의 열기를 견디지 못한다.’ 달아오르기만 한 태양/ 파도마저도 납물처럼 끓어오르게 만드는 태양/ 이 열기를 견디지 못한 뫼르소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 ‘하지만 그 앞을 아랍 남자가 막아서고 마침내 햇빛 한 조각처럼 칼날의 빛이 눈을 찔렀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뜨거운 해변 아래 뫼르소가 가고자 했던 곳을 막고 있는 아랍 남자와의 대치가 그려집니다.
- 아랍 남자는 칼날을 들고 햇빛을 반사시켜 뫼르소의 눈을 찌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주인공 뫼르소는 자신도 모르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네요.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행위입니다.
- ‘그리고 그는 있는 줄도 몰랐던 낯선 세계로 이방인이 되어 끌려들어간다.’ 일반적인 서민의 삶에서 살인자의 삶이 시작되겠네요. 감옥생활을 시작하는 뫼르소는 세계와 단절된 이방인이 되어버립니다.
- ‘하지만 병이 아랍 사람처럼 그곳을 가로막고 있다.’ 저자는 뫼르소와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 ‘ 언젠가 나는 이 아랍 사람을 통과할 것이고 이방인처럼 어느 낯선 세상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저자도 어느 낯선 세상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그곳은 어디일까.’ 고뇌합니다.
♣ 필사하기
요약과 단상)
=== 이듬책방(김이듬 시인)과 매미를 만남.
- 환자가 아닐 때도 늘 여름 나기가 힘들었다.
- 대기 안에 빈틈없이 밀집한 새명의 에너지들, 맹목적인 생육과 생장의 열기를 나는 어쩐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 그곳은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이다.
- 그건 뫼르소의 취향이기도 하다. 그도 하늘 한가운데 붙박여서 맹목적으로 달아오르기만 하는 태양, 바다의 파도마저도 납물처럼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 눈먼 태양의 열기를 견디지 못한다.
-그 앞을 아랍 남자가 막아서고 마침내 햇빛 한 조각처럼 칼날의 빛이 눈을 찔렀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고 그는 있는 줄도 몰랐던 낯선 세계로 이방인이 되어 끌려들어간다.
- 나는 뫼르소처럼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없다. 언젠가 나는 이 아랍 사람을 통과할 것이고 이방인처럼 어느 낯선 세상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곳은 어디일까.
어제 공원 산책과 작은 책방을 방문했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걷기가 무척 불편했다. 공원의 나무 그늘 속에서 걷고 있는데, 더운 날씨인데도, 즐겁게 노래하는 새와 풀벌레, 매미 울음소리에 경쾌하게 걸었다. 그리고 공원 옆에 작은 책방이 있어서 방문했다. 어느 작가가 운영하는 독립출판물, 새 책과 중고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작가님의 책을 두 권을 사서 싸인을 받고, 공원을 지나오는데 매미가 낮은 곳에서 노래하고 있기에 사진을 찍었다. 이 더운 날씨에 그늘에서 노래하고 있는 매미를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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