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사는 삶 - 김진래
주방에 싱크대가 있고
가스레인지가 있고, 냉장고가 있고,
그릇이 가득한 찬장이 있고,
의자가 네 개 달린 식탁이 있고,
작은 창 너머엔
장미꽃과 능소화가 살고 있다
장미넝쿨과 능소화가 함께 거하고
부둥켜안고 올라와
주방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주방에서
삼겹살을 가스레인지위에서 지글거리고
아이들은 왕소금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나는 그냥 먹는다.
고기를 먹고 검은 물의 유혹에
원두를 갈아, 검은 물을 내린다.
나를 부르는 검은 물
나를 이끄는 검은 물
검은 물에 취한다.
검은 향기의 번짐
아 맛있다!
주방 작은 창밖의 장미꽃과 능소화가
부둥켜안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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