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더 아픈 사람' <언어의 온도, 이기주, 말글터>

물빛향기 2020. 9. 1. 21:47

♣ 5-1일차  :  '더 아픈 사람' <언어의 온도, 이기주, 말글터>


aladin.kr/p/DLblB

 

언어의 온도 (3주년 150만부 기념 에디션, 양장)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는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차가움과 따뜻함을 글감 삼아, 하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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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 할 본문

▮더 아픈 사람

   언젠가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꼬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 있었다. 병원에 다녀오는 듯했다. 할머니가 손자 이마에 손을 올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직 열이 있네. 저녁 먹고 약 먹자.”
   손자는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며 대꾸했다. 
   “네, 그럴게요.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순간, 난 할머니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의 유형을 몇 가지 예상해 보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라거나 “할머니는 다 알지” 같은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었다.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p.18)

■ 문장 분석

- 글이 편안히 읽힙니다.
- 문장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 지하철을 탔다가 아닌 ‘실었다’는 서술어를 썼네요.
- ‘다녀오는 듯했다.’ 정확하지 않으니 ~ 듯이라 쓰며 추측, 짐작을 합니다.
-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며 ‘어설픈’, ‘철저하게’라는 수식어를 넣어 ‘예상’과 ‘빗나갔다’를 더욱 부각시킵니다.
-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디테일한 묘사 부분입니다.
- 아픈 사람/ 더 아픈 사람~  아픔의 크기를 비교합니다.
-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직함을.’ 짧은 문장인데 강렬하게 마무리됩니다.
- ‘끔찍함’에 방점이 찍히네요.
- 내가 아팠기 때문에 아픈 사람을 더 알아차리고,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고 이어 전하고 있습니다.

 

♣ 필사하기

 

단상)
===  더 아픈 사랑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더 아픈 사람이 그 아픔에 대해서 조언을 해도, 안 받아 들이는 사람들이 꼭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