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거미와 이슬'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반니, 2019>

물빛향기 2020. 11. 7. 21:10

◈ 6-7일차 필사 : '거미와 이슬'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반니, 2019>

 

aladin.kr/p/xWnN3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반니산문선 9권.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작가로 노벨상을 수상한 헤르만 헤세. 그는 한때 포도 농사로 생계를 해결할 만큼 정원을 가꾸는 솜씨가 좋았다. 헤르만 헤세는 집을 옮길 때마다 정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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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할 본문

▮여름과 가을사이
   이런 늦여름의 뜨거운 날들은 길어야 9월 중순이면 끝난다. 뻣뻣해진 잎사귀 속에서 포도는 파랗게 변하기 시작한다. 밤에는 서재의 등불 주위로 수천 마리의 작은 나방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날아다니고, 흰무늬밤나방과 풍뎅이가 왕왕거린다. 아침이면 정원에서 흐리게 반짝이는 커다란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이 어느새 가을의 빛깔을 머금고 있다.  그러다가 한 시간쯤 지나면 땅과 식물들이 농익은 열기를 침묵 속에서 뿜어낸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를 어린 시절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즈음이면 자연의 온갖 부드러운 소리를 받아들일 준비로 감수성이 충만해진다. 덧없는 색채들의 향연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소하게 벌어지는 온갖 하찮은 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기울이고 엿듣는다. 일찍 시든 포도 잎이 햇빛 속에서 말라가며 구부러지고, 황금빛을 띤 작은 거미는 거미줄에 매달린 채 나무에서 살금살금 내려온다. 햇볕 가득한 돌 위에서는 도마뱀이 햇살을 마음껏 쬐려고 솜털처럼 부드럽고 납작하게 몸을 붙이고 쉬고 있다. 바래고 시들어 짐처럼 거추장스러워진 장미꽃잎이 소리 없이 떨어지자 가벼워진 장미가지는 살짝 튕겨 오른다. 이 모든 것들이 다시 오래전 어린 소년 시절에 느꼈던 소중하고 강렬하게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 p.63~64

 ■ 문장 분석
- 늦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 포도, 작은 나방들,  흰무늬밤나방, 풍뎅이, 거미를 어떻게 묘사했는지 살펴보세요.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를 어린 시절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다.’ 헤세가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 ‘이즈음이면 자연의 온갖 부드러운 소리를 받아들일 준비로 감수성이 충만해진다.’며 이 계절에 관한 소리들을 언급합니다.
- ‘일찍 시든 포도 잎이 햇빛 속에서 말라가며 구부러지는’ 모습
- ‘황금빛을 띤 작은 거미는 거미줄에 매달린 채 나무에서 살금살금 내려’오는 모습
- 도마뱀, 장미꽃 모습에 관한 관찰이 디테일합니다. 
- 소년시절에 느꼈던 모습들을 기억하며 현재에도 그 모습들을 기억하고 있네요.
- 샘들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써보셔도 좋겠습니다.

 

 

 

요점정리 및 단상)

 

- 포도 : 뻣뻣해진 잎사귀 속에서 파랗게 변하기 시작.

- 작은 나방 : 서재의 등불 주위로 수천 마리, 보석처럼 반짝이며 날아 다님.

- 흰무늬밤나방과 풍뎅이 : 왕왕 거린다.

- 이슬방울 : 커다란 거미줄에 맺힌 이슬, 가을의 빛깔을 머금고 있음.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자연의 온갖 부드러운 소리를 받아들일 준비로 감수성이 충만함.

- 일찍 시든 포도 잎이 햇빛 속에서 말라가며 구부러짐.

- 작은 거미는 거미줄에 매달린 채 나무에서 살글살금 내려옴.

- 도마뱀 : 돌 위에서 햇살을 마음껏 쬐려고 솜털처럼 부드럽고 납작하게 몸을 붙이고 쉼.

- 장미꽃잎 : 바래고 시들어 짐처럼 거추장스러워진 소리 없이 떨어지자 가벼워진 장미 가지는 살짝 튕겨 오른다.

- 소년 시절에 느꼈던 것처럼 소중하고 강렬하게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 거미와 이슬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의 매력이 있다.

   가을이면 좋아했던 소리,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을밤은 깊어간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을 보면 영롱한 모습이 가을 빛깔을 머금고 있다. 또 누른 거미 한 마리, 허공에 가로질러 거미줄을 치고 매달린 채 살금살금 내려온다. 가을이면 오곡백과가 익어갈 때 익숙한 낫 가는 소리와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을밤은 깊어간다.

 

출처 : 해바라기가 있는 정원 - 헤르만 헤세
출처 : 덩굴이 있는 계단 - 헤르만 헤세 / 에세이 필사 리더
출처 : 김성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