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6일차 : '가을이 간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휴머니스트, 2020)
◈ 필사할 본문
▮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
<바람>, 김춘수
자목련이 흔들린다.
바람이 왔나 보다.
바람이 왔기에
자목련이 흔들리는가 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자목련까지는 길이 너무 멀어
이제 막 왔나 보다.
저렇게 자목련을 흔드는 저것이
바람이구나,
왠지 자목련은
조금 울상이 된다.
비죽비죽 입술을 비죽인다.
(……)
그러기에 김춘수의 이 시는 제목이 ‘목련’이 아니라 ‘바람’인 것이다. 1‧2행과 3‧4행은 단순한 반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자목련 꽃잎이 흔들린다는 이 자명하고 낯익고 상식적인 인과관계가 시인의 눈에 새삼 새롭게 보인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다”는 진술은 물론 거짓이다. 바람이 올해만 유독 불어 목련을 건드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작년에도 바람은 왔다. 다만 그때는 시인이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다. 헌데 작년에 아내가 떠난 이후 올봄 다시 피어난 목련을 보니 그 흔들림이 예사롭지가 않은 게다. - p.72~75
■ 문장 분석
-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는 헤어짐에 대한 챕터입니다.
- 이형기 <낙화>, 김훈 《자전거 여행》, 복효근 <목련 후기>, 김춘수 《거울 속의 천사》, 김춘수 <강우>, 김춘수 <바람>, 김춘수 <꽃>등이 나옵니다.
- ‘바람’은 사물을 움직이는 힘이라며 목련을 움직이는 것도 바람이니 제목이 ‘바람’이지 않을까 합니다.
- ‘1‧2행(자목련이 흔들린다. 바람이 왔나 보다) 과 3‧4행(바람이 왔기에 자목련이 흔들리는가 보다)은 단순한 반복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 ‘자목련이 흔들리는가 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고 하지만 ‘작년에도 바람은 왔다’며 시인이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 올봄 유달리 목련의 흔들림이 시인의 눈에 예사롭지 않은 건 이승을 떠난 아내 때문일 것이다.
- ‘저렇게 자목련을 흔드는 저것이’에는 저, 저, 저 하는 지시어는 다음 ‘바람이구나’가 이어진다.
- 아마도 바람은 이승을 떠난 애타는 아내의 몸짓이지 않을까 저자는 해설한다.
- ‘비죽비죽 입술을 비죽인다.’ 시인은 자목련에 동화된 것일까? 어린아이마냥 입술을 비죽이며 울먹거리기만 할 뿐 터뜨리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노인에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다고 언급되어 있네요.
◈ 필사하기
◈ 요점 정리와 단상
- 자목련이 흔들리는가 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4,5행)
- 비죽비죽 입술을 비죽인다.(12행)
-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다”는 진술은 물론 거짓이다.
- 작년에도 바람은 왔다. 그때는 시인이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다.
♣ 단상) 가을이 간다 ㅡ 김진래
바람이 부니 낙엽이 우수수 날아간다 비로 인해 더 많이 날리며 나뭇잎이 옷을 벗으며 나뭇가지가 떠드는 소리에 나무는 자꾸 벌거숭이로 비바람에 흩날리며 떠나는 낙엽은 울지않고 매몰차게 우리 곁을 떠나는 낙엽들 겨울 찬 바람에 너는 어떻게 견디려고 |
www.youtube.com/watch?v=mc02IZhou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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