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8일차 필사 : ‘손 편지’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휴머니스트, 2020)
◈ 필사할 본문
▮그대 등 뒤의 사랑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즐거운 편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라고 말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을 한없는 기다림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라니?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확실히 동어반복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이유도 없는 게 진실이다. 그런데 이 시의 화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정도를 넘어 그 사랑을 아예 기다림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다시 말해 사랑과 기다림을 맞바꾸었노라고.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사랑 대신 기다림을 택했노라고. 내가 만일 사랑을 택했다면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텐데 나는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렸으니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노라고. - p.109, 114
■ 문장 분석
- ‘그대 등 뒤의 사랑’은 짝사랑에 관한 챕터입니다.
-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황동규 시 <즐거운 편지>, 신승훈 노래 <보이지 않는 사랑>, 박목월 시 <배경>, 박목월 시, 김성태 작곡 <이별의 노래> 가곡, 김수희의 <애모>, 강은교 시 <사랑법>, 페르모 알모도바르 영화 <그녀에게> 등이 나옵니다.
- 황동규 시인은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로 등단작 <즐거운 편지>는 고3시절 짝사랑하던 한 살 연상의 여대생에게 바친 시라고 합니다.
- <즐거운 편지>를 저자는 한 줄 한 줄 해석해주고 있습니다. 해석을 들으면 시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는 문장을 풀어 준 부분입니다.
- 사랑하는 마음을 ‘기다림’과 맞바꾼 시인의 시선이 놀랍다고 합니다.
- ‘사랑을 맹목이나 욕정이나 소유나 조급함과 바꾸지 않고 기다림을 선택했다니 이런 사랑이 어디 있을까’라고 설명합니다.
- <즐거운 편지>에는 짝사랑을 하는 시인의 절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 필사하기
◈ 요점정리 및 단상)
-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 그 동안에 눈이 그리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단상) 손 편지
오늘 ‘그대 등 뒤의 사랑’의 챕터 속에, 영화 소개와 ‘즐거운 편지(황동규)’ 등을 읽다보니,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 가서 쪽지로 맺어진 그녀가 떠올랐다.
손 편지
나 그대를 잊고
살아오지 몇 십 년의 세월
팔딱팔딱 뛰던 청춘
손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
그 아름답던 시절은 가고
그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철없던 시절에
수학여행 때
쪽지로 맺어진 그대
손 글씨로 안부 전하고
사랑의 밀어를 남기고
우린 헤어졌지
몇 해 소식이 없다가
그대가 찾아왔지
수줍게 만났고
우린 다시 헤어졌다
편지로 맺어졌다가
편지로 헤어졌다
www.youtube.com/watch?v=WR0_wGXG_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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