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4일차 에세이필사 :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이별” <사랑 밖의 모든 말들 / 김금희 / 문학동네 / 2020)
◈ 필사 할 본문
▮안녕이라고 말해주지 못한 이별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가장 오래 환기하는 것은 헤어지기 전 나누었던 말들, 행동들, 눈빛들이다. 희생자 가족들이 눈물로 써내려간 수기들을 읽어보면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는 아버지가 내민 용돈이 너무 많다며 돌려주기도 하고 무슨 일인가로 잔뜩 혼이 난 채 시무룩하게 등을 돌리기도 했다. 그리고 사고는 일어났고 가족들은 황망한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그것은 어떤 고통, 어떤 분노, 어떤 죄책감일까, 조심스럽게 떠올려보는 순간이 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부재의 상황, 일상처럼 들려오던 모든 소리들이 끊겨 적막으로 내몰린 듯한, 암전이 된 듯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가까스로 보이는 것조차 해석할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어쩌면 고통마저도 고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고통. 안녕이라고 말하지도 못한 채 직면해야 하는 죽음.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면 나 역시 죄스러움과 분노에 휩싸이곤 했다. 우리가 세월호의 비극에서 눈을 돌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그렇게 누군가를 잃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단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 (p.206~207)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원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고통이자 딜레마다. 죽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는 어떻게 사는가 만큼이나 중요하다. 죽음을 덮거나 피하지 않고 진정으로 애도할 수 있는 사회. 그럴 수 있도록 사회의 공기를 조성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만이 삶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죽음이 고유해질 때 우리 모두는 숫자 속에 숨은 익명이 아니라 고유한 개인이 되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이별들은 은폐되거나 덮이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고 말해져야 한다. 그런 비극이 우리 삶과 얼마나 가까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지금 또다시 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겪고 싶은 않은 무참한 고통이기 때문에. (p.208)
♧ 오늘은 필사문이 좀 깁니다.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분들의 아픔도 함께 생각하며 필사하는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 필사하기
◈ 단상)
- 세월호 참사로 … 헤어지기 전 나누었던 말들, 행동들, 눈빛들이다
- 사고는 일어났고 가족들은 황망한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 어쩌면 고통마저도 고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고통.
- 안녕이라고 말하지도 못한 채 직면해야 하는 죽음.
-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원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고통이자 딜레마다.
- 삶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된다.
-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이별들은 은폐되거나 덮이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고 말해져야 한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 김금희 p.206~208)
▸한 줄 essay :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이별
===> 나의 자녀들도 그 당시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다. 나는 출근해서 한참을 일하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특집뉴스로 나오는 것으로 처음 소식을 접했다. 사고는 일어났고 세월호 참사로 유가족들은 황망한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던 것이다.
출처 : 김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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