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 1일차(p.5~93) :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익히기" <생각의 좌표, 홍세화, 한겨레>
* p.5~93 요약 발췌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 생각하는 동물인 나는 지금 갖고 있는 내 생각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태어났을 때엔 분명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 삶을 지배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배할 내 생각은 어떤 경로로 내 것이 되었을까? … 내가 지금 가진 생각은 다음 보기의 각 경로를 통해 얼마만큼 내 것이 되었을까 생각해보자. - p.23
◈ 네 가지 경로 -
폭넓은 독서 :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 중책을 남긴 사람의 생각을 내가 ‘주체’적으로 참조하는 것. 책은 항상 닫힌 채 서가에 꽂혀 있다. 그 책들을 내가 펼쳐 읽는 것이다.
열린 자세의 토론 :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을 열린 자세로 참조하려고 ‘주체’적으로 소통하는 것.
직접 견문 : 오감을 가진 주체로서 다양한 경험과 여행 등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직접 보고 겪고 느끼는 것.
성찰 : 폭넓은 독서와, 열린 토론, 그리고 직접 견문을 통해 만나는 뭇 생각들이 소우주와 같은 나의 의식세계 안에서 서로 다투고 비벼지고 종합되고 정리되는 과정. p.23~24
독서와 토론, 글쓰기를 하지 않고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는 진실에 가깝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의 차이는 시험 본 다음에 잊어버린 학생과 시험보기 전에 잊어버린 학생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학교와 교실이 차별과 억압을 ‘익히는(習)’ 곳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하려면 익히고 또 익혀야 하는 것이다. - p.28
우리 제도교육은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확하게 한다.’는 유명한 명제와 인연이 없다. 학교생활의 특징 중의 하나는 글쓰기가 아예 사라졌다는 점이다. - p.40
초중고 시절에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암기와 문제풀이 요령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경쟁력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 p.49
공자님도 잘하기보다는 좋아하라고 했고 좋아하기보다는 즐기라고 했다. 학문은 특히 그러할 터.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학습노동으로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에 공부는 이미 즐거움이 될 수 없다. - p.50
무상교육 제도가 아직 먼 꿈으로 남아 있는 까닭은 국가보안법이 상징하는 안보의식을 통하여 무상교육제도를 불온한 사상의 요구인 양 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 p.63
1948년 민주공화국이 선포되었지만 친일파로 불리는 일제부역 세력은 청산되지 않았다. 청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민주공화국의 모든 공적 부분을 장악한 지배세력이 되었다. - p.65
이 땅의 서민들은 “똑똑한 한 놈이 아흔아홉 놈을 먹여 살린다”는 지배세력의 주장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은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림’을 당하는 ‘아흔아홉’에 일치시키기보다 먹여 살리는 ‘하나’에 일치시켜 생각한다. - p.67
정리된 것이든 아니든 세계관과 가치관이 녹아 있는 우리 생각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되돌아볼 것을 강조하는 것은 자기 성찰과 사회 비판이 이 물음에서 비록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편함을 추구한다. 남에게 불편함은 물론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면서까지 나의 편함을 추구한다. p.5~6
1.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 (p.13)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의식세계’는 내가 태어났을 땐 분명 비어 있었고,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바’들도 내가 태어났을 땐 없던 것들이다. 각자 살아가면서 생각을 형성했고 의식세계를 채웠다. p.15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의 세계, 즉 의식세계는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 p.21
나에게 다가오는 생각들이 내 삶을 위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또는 나에게 내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인지, 지배세력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동안에도 내 안에 스며들어왔다. - p.21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 생각하는 동물인 나는 지금 갖고 있는 내 생각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태어났을 때엔 분명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 삶을 지배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배할 내 생각은 어떤 경로로 내 것이 되었을까? … 내가 지금 가진 생각은 다음 보기의 각 경로를 통해 얼마만큼 내 것이 되었을까 생각해보자. - p.23
◈ 네 가지 경로 -
폭넓은 독서 :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 중책을 남긴 사람의 생각을 내가 ‘주체’적으로 참조하는 것. 책은 항상 닫힌 채 서가에 꽂혀 있다. 그 책들을 내가 펼쳐 읽는 것이다.
열린 자세의 토론 :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을 열린 자세로 참조하려고 ‘주체’적으로 소통하는 것.
직접 견문 : 오감을 가진 주체로서 다양한 경험과 여행 등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직접 보고 겪고 느끼는 것.
성찰 : 폭넓은 독서와, 열린 토론, 그리고 직접 견문을 통해 만나는 뭇 생각들이 소우주와 같은 나의 의식세계 안에서 서로 다투고 비벼지고 종합되고 정리되는 과정. p.23~24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 스페인의 한 작가 - p.24
활성화된 독서와 토론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의식을 형성하여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갖춘다면, 그만큼 민도(民度)가 높아지고 성숙한 사회가 될 테지만 지배세력으로서는 지배하기가 무척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달갑지 않은 일일 수 있다. - p.25~26
독서와 토론, 글쓰기를 하지 않고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는 진실에 가깝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의 차이는 시험 본 다음에 잊어버린 학생과 시험보기 전에 잊어버린 학생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학교와 교실이 차별과 억압을 ‘익히는(習)’ 곳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하려면 익히고 또 익혀야 하는 것이다. - p.28
“죄 없는 한 사람을 벌주는 쪽보다 죄지은 열 사람을 방면하는 쪽을 택하라” - 볼테르의 말. - p.37
우리 제도교육은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확하게 한다.’는 유명한 명제와 인연이 없다. 학교생활의 특징 중의 하나는 글쓰기가 아예 사라졌다는 점이다. - p.40
사람은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는 만큼 자아의 세계가 확장된다. 학생들에게 인간과 사회에 관해 자기 생각과 논리를 갖게 해야 한다. 학생들은 사물과 현상에 관해 자기 생각과 논리를 펼 때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p.45
아이들은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고통 받고, 교사들은 비민주적인 학교에서 일상적 어려움을 겪는다. - p.46
과거 신분제에선 그나마 기대할 수 있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한국의 사회상층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이긴 자와 패배한 자 모두 학벌 경쟁에서 이긴 자들이 누리는 지위, 명예, 권력과 부를 당연한 보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 p.48
초중고 시절에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암기와 문제풀이 요령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경쟁력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 p.49
공자님도 잘하기보다는 좋아하라고 했고 좋아하기보다는 즐기라고 했다. 학문은 특히 그러할 터.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학습노동으로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에 공부는 이미 즐거움이 될 수 없다. - p.50
대학평준화라는 말에서 하향평준화를 떠올리는 사람, 대학평준화가 현실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부디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쟁이 거의 마감되는 구조와 평준화된 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쟁이 시작되는 구조 중에 어느 쪽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 p.52~53
군국주의 일본이 이 땅에 학교를 세운 목적은 첫째, 조선 사람에게 황국신민이 되어 일본 왕에게 자발적으로 충성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국민학교의 ‘국민’은 본디 ‘일제 천황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국민’을 말했다. … 둘째 목적은 전시동원 체제에 맞춰 일찍부터 총알받이로 만들려는 군사교육 훈련장이 필요해서였다. … 셋째 목적은 식민지 중하급 관리자, 즉, 식민지 관리를 위한 마름 양성에 있었다. - p.54~55
군국주의 일본이 학교를 세운 세 가지 목적은 내용만 바뀌었다. 황국신민화의 자리는 반공과 안보 의식화가 대신했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반공, 안보 의식화는 줄어들긴 했지만 오늘에도 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유, 평등, 정의, 공공성이 아니라 질서와 국익, 경쟁이다. 군국주의 일본의 둘째 목적이었던 ‘몸의 통제’는 80년대까지 교련으로 계속되었고 지금도 ‘앞으로 나란히!’를 비롯하여 교문지도, 두발단속으로 남아 있다. 식민지 마름 양성이라는 셋째 목적은 식민지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달라졌지만 첫째와 둘째 목적의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세력에 대한 자발적 복종의식을 내면화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 p.56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공교육의 일차적 소명은 대한민국 국민을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으로 만드는 일이다. - p.56
학교가 민주화되지 않는 한, 국가권력의 요구에 따르는 국가주의교육은 계속 관철될 수밖에 없다. … 학교자율화란 곧 그 주체의 자율화를 말하기 때문이다. - p.57
스스로 싸워서 획득하지 않은 제도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해도 빈껍데기로 남기 쉽다. … 대한민국의 공교육에서는 민주공화국의 이념이 아니라 반공, 방첩, 숭미와 질서, 시장, 국익, 경쟁,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이 강조된다. - p.59
질서를 강조하지 않고 줄 서기도 하지 않는 다른 나라 교실보다 질서를 강조하는 한국의 교실이 더 무질서한 이유는 자율성이 배제된 교육 탓이다. - p.60
봉건사회에서 신의 ‘명령’ (order)으로 받아들여졌던 신분 ‘질서’ (order)는 인류 역사상 인간에게 강제된 질서 중에서 가장 무섭고도 강고한 것이었다. 왕의 자식은 왕자이고, 귀족의 자식은 귀족이며, 노예의 자식은 노예이다. 서자의 자식은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 그 신분질서 이념은 봉건시대에 왕후장상과 성직자들의 지배를 원활하게 했던 강력한 지배이념이었다. - p.60~61
무상교육 제도가 아직 먼 꿈으로 남아 있는 까닭은 국가보안법이 상징하는 안보의식을 통하여 무상교육제도를 불온한 사상의 요구인 양 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 p.63
1948년 민주공화국이 선포되었지만 친일파로 불리는 일제부역 세력은 청산되지 않았다. 청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민주공화국의 모든 공적 부분을 장악한 지배세력이 되었다. - p.65
이 땅의 서민들은 “똑똑한 한 놈이 아흔아홉 놈을 먹여 살린다”는 지배세력의 주장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은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림’을 당하는 ‘아흔아홉’에 일치시키기보다 먹여 살리는 ‘하나’에 일치시켜 생각한다. - p.67
“논리로 안 되면 인신을 공격하라.”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키케로의 말로 전해진다. 토론이나 논쟁을 할 때 상대방에게 논리로 밀릴 것 같으면 상대방의 인신을 공격함으로써 자리를 모면하는 사람들을 빗대서 한 말일 것이다. - - p.68
사람은 회의(懷疑)하는, 즉 의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동물이다. ‘왜’ 라는 질문을 가져야 마땅하다. - p.69
'왜?‘ 라는 질문이 사라졌다는 것은 대화와 토론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 어디에서도 수평적 관계의 대화와 토론은 없다. …… 가정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도 각 가정에서 ’왜?‘ 라는 질문을 살려야 한다. - p.71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만큼 사회진보를 도모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은 지배세력이 주입한, 자신을 배반하는 의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 p.72
한국은 일제 강점, 분단, 전쟁과 독재로 얼룩진 역사 속에서 지배세력에 의한 의식 주입과 세뇌가 전일적이며 격심하게 이루어졌다. … 기득권세력은 기득권세력에 맞는 의식을 가진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서의 의식을 가진 게 아니라 기득권세력이 갖도록 요구한 의식을 갖고 있다. - p.73~74
국가주의 교육이 여전히 관찰되는 한국의 각급 학교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존재와 아무 상관없는 의식, 나아가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형성하는 장이다. - p.75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오래된 격언이 있다. “잡초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뽑을 수는 있다.” 잡초를 없앨 수 없다고 모두 손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 우리부터 잡초 뽑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 p.78~79
오늘의 대학에서는 80~90년대와 달리, 소수에게나마 탈의식의 계기를 주었던 선배와 동아리를 만나기 어렵다. … 진보적 의식이 ‘성숙’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게 아니라 기존에 형성되었던 의식의 ‘반전’을 통해 형성되면서 갖게 된 한계다. … 진보 의식의 성숙은 끊임없는 자기부정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부정의 과정을 단 한 번 거친 것으로 만족하는 ‘진보하지 않는 진보의식’이라는 형용모순에 빠진 것이다. - p.80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계약에서 불평등 조항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인 노동자는 아무 때나 임의로 고용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일터로 떠날 자유를 갖지만 사용자는 고용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권리가 없음을 뜻한다. - p.83~84
세월은 변해도 일단 형성된 의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민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당하고 싸울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 - p.93
단상)
-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익히고 또 익혀야하는데, 나는 획일적으로 읽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읽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중 고등학교 시절에 고전을 읽지도 못했다. 그래서 나이 들어 고전을 읽으려면 무척 힘들다. 시필사와 함께 읽기를 통해서 여러 책을 접하고, 뒤 따라 가며 읽으면서 많은 변화를 느낀다.
- “똑똑한 한 놈이 아흔아홉 놈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할 때가 있었다. 너무나 억처구니 없는 말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살아온 것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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