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안부”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물빛향기 2021. 3. 10. 22:10

8-8일차 에세이필사 : “안부”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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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시와 산책>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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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할 본문

저녁이 왔을 뿐

 

   집에 있을 때 불을 켜지 않고 저녁을 맞는 편이다. 서둘러 어두움을 쫓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이다. 대신 소리를 내어 시를 읽는다. 저녁에는 묵독보다 낭독이 좋다. 내 입술 사이에서 나온 검은 글자들이 새처럼 어둑하게 날아가는 상상을 하며, 나는 시와 저녁이 잘 어울리는 반려라고 느낀다. 모호함과 모호함, 낯설음과 낯설음, 휘발과 휘발의 만남.

   바로 그러한 특질 때문에 시도 저녁도 어려운 것인데, 어느새 나는 그것에 기대서만 간신히 살아간다. 뚜렷하고 익숙하며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 세계 어디에도 없음을 알게 되어서이다.

   내가 즐겨 읽는 저녁용 시집은, 릴케가 만년에 10년에 걸쳐 쓴 두이노의 비가이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세계란 우리들의 내면에 아니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삶은 변용하며 떠나간다. 그리고 외부 세계는 시시로 초라하게 사라진다.

 

   ‘변용이라는 딱딱한 어휘에는 번역자의 주석이 달려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기는 것.” 바로 저녁이 하는 일, 저녁에 벌어지는 일이다.

       - (p.124,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문장 분석

 

- ‘집에 있을 때 불을 켜지 않고 저녁을 맞는 편이다.’며 다음 문장으로 이유를 설명합니다. ‘서둘러 어두움을 쫓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이게 이유겠네요.

- ‘저녁에는 묵독보다 낭독이 좋다며 시를 낭독합니다.

- ‘릴케가 만년에 10년에 걸쳐 쓴 두이노의 비가이다.’ 저녁에 읽기 좋은 시라고 합니다.

- ‘우리의 삶은 변용하며 떠나간다.’ 변용이라는 어휘에 주목해보세요.

- 두이노의 비가: 독일 시인 릴케의 만년 대작(大作)으로 10편의 장시(長詩)로 된 비가집(悲歌集).

- 두이노의 비가의 제7 비가 중.

 

한 줄 essay : 저녁에 낭독하고 싶은 시를 골라보세요~

 

 

필사하기

 

 

 

 

단상)

 

- 집에 있을 때 불을 켜지 않고 저녁을 맞는 편이다.

- 서둘러 어두움을 쫓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이다.

- 저녁에는 묵독보다 낭독이 좋다.

- 나는 시와 저녁이 잘 어울리는 반려라고 느낀다.

-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기는 것"

       - (p.124,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한 줄 essay : 낭독하고 싶은 시.

 

안부              - 윤진화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편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050 기념 자선 시집 - 영원한 귓속말(문학동네, 2014)

출차 : 김성옥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