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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15)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웃음과 울음이 같은 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色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音色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 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어둠이 얼마나 첩첩인지 빛이 얼마나 겹겹인지 웃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울음이 얼마나 첩첩인지 모든 그림자인지 나는 그림자를 좋아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졌다 - 시집(문학과 지성사, 2017) === 활짝 웃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소망하며, 별처럼 빛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어둠과 빛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

간격 - 안도현

14)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 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하는, 나무와 나무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 시집 (창비, 2004) === 나무와 나무사이에 바람과 해가 들 수 있는 간격 있듯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간격이 있어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간격이 있기에 나무 가지와 잎사귀가 옆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간격이 있으므로 해서 나무 아래 있는 풀과 꽃들이 살아 갈수 있는 것 ..

사과 없어요 - 김이듬

13) 사과 없어요 - 김이듬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 짜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 달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선짜장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 커녕 몽땅 뒤집어쓴 적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