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학당 11

“청년이된 지금도 느리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사계절>

♣ 9-1일차 에세이 필사: “청년이 된 지금도 느리다” http://aladin.kr/p/lPaXB 어린이라는 세계 (리커버) 10년 남짓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는 저자는 어린이의 존재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 왔다. 이 책에는 저자가 어린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마침 그날 현성이와 읽은 책은 『시간이 흐르면』이었다. 윤곽이 뚜렷한 그림과 간결한 글로 ‘시간이 흐르면’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자라고 연필은 짧아져”. 시간이 흐르면, “빵은 딱딱해지고 과자는 눅눅해지지”. 그리고 이어서 신발 끈을 묶는 어린이 모습이 등장한다. “어려웠던 일이..

"연한 새싹 같은 어린이"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사계절>

♣ 9-0일차 에세이필사 : "연한 새싹 같은 어린이" aladin.kr/p/lPaXB 어린이라는 세계 (리커버) 10년 남짓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는 저자는 어린이의 존재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 왔다. 이 책에는 저자가 어린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워밍업 필사하기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자꾸 어린이 이야기가 나왔다. 깊은 무의식을 발견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나눈 이야기나 어린이에 대해 생각한 것, 지나가다 본 어린이나 어린이에 대해 누군가와 주고받은 대화들이 제일 쓰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는 조금 당황했다. - p.5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사계절 ) ♣ 필사하기 ♣ 단상) - ..

"메모해둘걸" <아무튼, 메모 / 정혜윤 / 위고 / 2020>

◈ 7-1일차 에세이 필사 : "메모해둘걸" aladin.kr/p/dWqFb 아무튼, 메모 아무튼 시리즈 28권. 정혜윤 에세이.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라고 믿는 한 메모주의자의 기록으로, 비메모주의자가 메모주의자가 되고, 꿈이 현실로 부화하고, 쓴 대로 살 게 된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메모해둘걸 “아이들이 참 놀라운 말을 하더라. 인간이 아무리 괴물처럼 보여도 인간은 천사라는 거야. 그런 음악을 만들고 그런 노래를 부르니까. 그리고 또 이아들이 깜짝 놀랄 말을 했어.” “어떤 말요?” “눈물이 날 뻔했대.” “음악이 슬퍼서?” “아니, 아름다워서.”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겠대. 그냥 지금처럼 음악을 하면 되겠대. 음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반니, 2019>

◈ 6-1일차 워밍업 필사 :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 aladin.kr/p/xWnN3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반니산문선 9권.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작가로 노벨상을 수상한 헤르만 헤세. 그는 한때 포도 농사로 생계를 해결할 만큼 정원을 가꾸는 솜씨가 좋았다. 헤르만 헤세는 집을 옮길 때마다 정원을 www.aladin.co.kr ◈ 필사할 본문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간다 글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나의 안식처로 노동을 가장한 휴식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 영혼이 자란다 즐거움이 자란다 - p.6 ◈ 필사하기 ◈ 단상) “영혼이 자란다. 즐거움이 자란다.”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가지만, 나는 얼마나 글쓰기에 매진했는가? 또한 나만의 정원이 없..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 선생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 『아침의 피아노』. 역서 《애도 일기》와 공저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외에는 따로 저작이 없던 저자의 마지막 생의 의지와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제자들의 마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문학과 미학, 철학에 대한 성취의 노트이자 암 선고 이후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건들에 시선을 쏟은 정직한 기록으로,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234편의 일기를 담았다. 어려운 사상가와 철학을 알기 위해 배우는 교양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나오는 사유를 위한 공부를 귀히 여기라고 늘 당부했던 저자의 마음처럼 저..

나는 왜 쓰는가 - 풀어내기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4-0일차 워밍업 에세이 필사하기 - 나는 왜 쓰는가 - 풀어내기 aladin.kr/p/K68fM 글쓰기의 최전선 연구공동체 수유너머R과 학습공동체 가장자리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은유의 글쓰기론이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 고민들, 깨침들에 관한 이야기와 www.aladin.co.kr ♣ 필사본문 나는 왜 쓰는가 - 풀어내기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 쓰고 있으면 물살이 잔잔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 글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불행한 상황이 뚝딱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

재능은 원자력 발전에 쓰는 건가요? <소설가의 일, 김연수 산문>

◈ 워밍업 에세이 필사하기 - 재능은 원자력 발전에 쓰는 건가요? ♣ 필사본문 누군가 내게 어떻게 해서 소설가가 됐느냐고 물을 때마다 1989년이 떠오른다. 그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해로 내게 남아 있다. 나는 영문학과 신입생이었는데,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 이유를 모르니, 영문학과 신입생으로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이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막막한 시간들이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잔디밭에 누워 당신의 하얀 미소처럼 저 하늘 위를 떠가는 흰 구름을 올려다봐도 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너무나 할 일이 없어서 결국 나는 중앙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 앉아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행의 이유(김영하) - 9

여행의 이유(김영하) - 9 ♣에세이 필사 8일차 노바디의 여행 돌아보면 내 인생은 온갖 중독과의 싸움이었다. 십오 년을 피우던 담배를 끊는 데 겨우 성공한 것은 서른세 살 때였다. 그전까진 침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골초였다. 『빛의 제국』을 쓰던 2006년 무렵에는 매일 밤 위스키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그래야 잠이 들었다. 이 버릇을 고치는 데에도 또 몇 년이 걸렸다. 컴퓨터 게임들에도 쉽게 중독되었다. 이십대에는 중국의 고전 『삼국지』를 기반으로 만든 롤플레잉게임 ‘삼국지’에, 몇 년 후에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심즈’,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도 빠졌다. 청소년기에는 만화책이나 무협지에 과몰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중독과 싸우면서도 나는 1996년부터 지..

여행의 이유(김영하) - 7

♣ 에세이 필사 6일 차 그림자를 판 사나이 밤샘 시위자들이 설치한 각양각색의 텐트들로 뒤덮인 공원 구석구석엔 답지한 기부 물품들이 곳곳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텐트에선 대마초 냄새가 진하게 풍겨 나왔다. 수시로 피자가 배달되었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하루 종일 피자를 먹었다. 나도 피자 한 조각을 배급받고 사방에 쌓여 있는 음료수 상자에서 생수를 꺼내 마셨다. 공원 한구석에는 도서관도 있었다. 사람들이 기부한 책에 OWS(Occupy Wall Street)라는 장서인만 찍어 보관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아무 절차 없이 책을 대출할 수 있었다. 통일된 조직 체계는 없었지만 주코티 공원은 자생적으로 작은 도시를 형성해가고 있었다. 텐트들이 모여 있는 주거지역과 토론과 회의가 열리는 일종의 아고라 같은 공적 공..

여행의 이유(김영하) - 4

♣ 에세이 필사 3일차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언덕 위에는 봉분들로 보이는 부드러운 융기들이 잔디로 덮여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경북 고령이나 부산 동래의 가야 고분군들이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끝없이 이동하는 인류의 운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고 위험한데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니 인터넷 시대가 되면 수요가 줄어들 거라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이 아직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인 199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5억 2천만 명이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났으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