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사과 없어요 - 김이듬

물빛향기 2019. 11. 9. 21:48

13)  사과 없어요            - 김이듬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 짜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 달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선짜장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 커녕 몽땅 뒤집어쓴 적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했을지 몰라, 아아 어쩐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 <히스테리아>(문학과 지성사, 2004)

 

 

===  오늘은 김이듬의 "사과없어요"라는 시를 만나네요.

제목만 보고는 과일 사과를 이야기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주문한 음식이 잘못나오면,

주인을 불러서 이야기하고 보통은 그냥 먹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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