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휴일 ㅡ 박준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 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 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 고독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지 못하는 이가 타자와의
'함께함'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자신과 대면하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과
타자의 상호 연관성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강남순(정의를 위하여)
고독의 시간이란? - 자기가 자신을 사유의 세계로 초대하는 공간이다.
가족의 휴일 - 김진래
나는 오전 내내
책꽂이에 있는 책을 정리하고
나는 책을 정리하며
종로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날은 춥고 오후가 되자
아내는 주방에서
칼국수를 만들고 있다.
나는 나간다
버스 정류장으로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아들은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나를 쳐다 본다.
너도 갈래?
그래더니 같이가요.
오늘은 학원 안 가니?
오늘은 휴일인데,,,
2018년 12월 초
박준 시인의 '가족의 휴일'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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