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가족의 휴일 - 박준

물빛향기 2020. 1. 26. 16:50

가족의 휴일              ㅡ 박준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 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 고독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지 못하는 이가 타자와의

'함께함'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자신과 대면하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과

타자의 상호 연관성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강남순(정의를 위하여)


고독의 시간이란? -  자기가 자신을 사유의 세계로 초대하는 공간이다.


가족의 휴일      - 김진래


나는 오전 내내

책꽂이에 있는 책을 정리하고


나는 책을 정리하며

종로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날은 춥고 오후가 되자

아내는 주방에서

칼국수를 만들고 있다.


나는 나간다

버스 정류장으로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아들은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나를 쳐다 본다.


너도 갈래?

그래더니 같이가요.

오늘은 학원 안 가니?

오늘은 휴일인데,,,


2018년 12월 초

박준 시인의 '가족의 휴일'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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