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시집<그 여름의 끝>(문학과 지성사, 1990)
=== 한 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피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피기를 반복하는 배롱나무(목 백일홍).
시인은 질긴 생명력으로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는 백일홍과 절망을 이야기 한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수년 전 저 자신이 초라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때 아스팔트 위에 살아 있는 식물을 보고 위안을 받았다."며 "식물처럼 내 존재도 무성히 자라나길 희망한다."거 말했다. - 박상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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