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라면을 끓이며 (김훈, 문학동네) - 10

물빛향기 2020. 3. 23. 14:49

라면을 끓이며 (김훈, 문학동네) - 10 끝


<미션 4. ‘김훈처럼 쓰기’ >


-오늘은 네 번째 미션 ‘김훈처럼 쓰기’ 시간입니다.
-에세이를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분량은 예시문 정도의 분량이 좋겠습니다.
-문장 길이를 가급적 짧게 씁니다.
-물 흐르듯이 쓰고, 어려운 용어를 가급적 넣지 않고 씁니다.
-한 사물을 정해 관찰한 부분을 서술해도 좋겠습니다.(예시문 1)
-사계절 중 인상적인 계절을 맞이하는 기분을 써도 좋겠습니다.(예시문 2)
-1-12월 중 마음에 드는 계절을 그 특징을 서술해도 좋겠습니다.(예시문 3)
-예시문처럼 제목도 달아주시면 좋겠네요.(꽃, 봄, 11월)
-또는 그동안 작문하신 김훈의 에세이를 골라 마음에 드는 부분을 참고해 쓰셔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예시문은 1,2,3 필사는 모두 하셔도 되고, 하나만 필사하셔도 됩니다.
-필사는 사진으로 올려주시고 ‘자유 에세이는’ 단톡창에 바로 쳐서 올리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쓰시는 분은 힘들겠지만 작문처럼 쓰신다 생각하고 자유롭게 쓰시길 바랍니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예시문 1)

꽃을 산 사람들은 제 손에 들린 꽃을 각별한 애정의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인간들은 애처롭고도, 애처로운 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꽃은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은, 그야말로 들판에 피는 야생화처럼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때가 되면 무자비하게 짓밟힐 수 있다. 그리고 이 설명할 길 없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하고 많은 꽃들 중에서 제집 베란다의 꽃을 더욱 애지중지한다.
그날, 하루종일 마당을 파고 꽃을 심었다. 비료도 주고 물도 주었다. 저녁 무렵에 꽃들은 움츠러들면서 낯선 집에서의 첫날밤을 맞았다. 저녁 뉴스 시간에도 전쟁 뉴스특보는 계속 되었다. 바그다드에 피는 봄꽃을 생각했다. 이 세계에 사는 일은 고난과 수치를 내포하고 있다. 꽃조차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올봄에, 내 집 마당에서 봄꽃들은 활짝 피어날 것이다.(p.360)


예시문 2)

다시 맞는 봄에 새잎이 돋는다. 봄에는, 몇 번의 봄이 더 남아 있을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봄에는 찰나의 덧없음에 미혹되는 한 미물로서 살아간다. 봄에는, 봄을 바라보는 일 이외에는 다른 짓을 할 시간이 없다. 지나가는 것들의 찬란함 앞에서 두 손은 늘 비어 있다. 나는 봄마다 속수무책으로 멍하니 바빴고, 올봄에도 역시 그러하다. 혼자서 늙어가는 내 초로의 봄날에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 물가를 달릴 적에, 새잎 돋는 산들이 물에 비치어 자전거는 하늘의 길을 달렸다. 아, 이 견디기 어려운 세상 속에는 또다른 세상이 있었구나! 이 별 볼 일 없는 생애는 어찌 그리도 고단했던가. 땅 위의 길과 하늘의 길이 결국은 닿아 있었구나. 봄의 섬진강은 그런 미혹들이 바람에 실려서 불어왔다.(p.361)


예시문 3)

11월

11월의 추위는 살 속으로 스민다. 11월의 추위는 기어이 살 속으로 스며들어와 일부를 이룬다. 그래서 11월의 추위에는 저할 수가 없다. 내 몸은 바람 속에 풍화된다. 살점들이 바람에 뜯겨나가서 가루가 되어 산화한다. 억새도 바람에 끄달리면서 온 들판에 출렁거리며 풍화되어가고 있다. 억새의 뿌리는 땅에 완강히 들러붙어 있고 줄기는 바람에 끌려간다. 땅과 바람 사이가 억새의 삶의 자리다. 억새는 땅에 못박힌 운명을 거역하지 못한다. 억새는 다만 바람에 몸을 뜯김으로써 그 운명에 저항한다. 흰 씨앗들을 모두 바람이 훑어가면 억새는 못박힌 자리에서 죽는다. 순응과 저항이 다르지 않다. (p.373)



여름 - 물안개


   비가 온 다음날 이른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금강자전거길을 달린다.  바닥은 전날 비가 와서 젖어 있고, 날씨는 맑고 화창하고 아침부터 무덥다.
   금강 자전거길 출발점인 대청댐을 향하여 금강변을 따라 신나게 달린다.  그런데 강물은 온천물 수증기처럼 흘러가는 물안개가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며 간다.  바람 없는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금강변에 내려앉았다가 산허리를 휘돌아 번져 나간다.  물안개로 인하여 무릉도원에 들어온 착각을 하게 되는 여름날의 아침이다.
   늙어가는 내 초로의 여름날에 자전거를 타고 금강변의 물안개를 보며 달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다.  물안개는 동트는 아침하늘에 자꾸 사라진다.  이루어 놓은 것 없이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힘닿는데 까지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릴 것이다.  자전거길과 물 위의 길이 이어져 금강자전거길에서 행복에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