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권여선 음식산문집) - 2
김밥은 착하다
아침엔 샐러드김밥을 먹는다. 우선 삶은 달걀, 크래미, 오이, 양파, 양상추 등을 마요네즈에 빡빡하게 버무린다. 그리고 김 위에 밥을 얇게 펴고 샌드위치햄을 두 장 펼치고 그 위에 샐러드를 넉넉히 얹어 만다. 샌드위치햄이 칸막이 역할을 해 밥이 샐러드와 섞여 축축해지는 걸 막아준다. 그래도 샐러드김밥은 가급적 빨리 먹는 게 좋다. 그러니 아침에 신선할 때 바로 먹는 것이다.
점심엔 두툼한 달걀말이가 든 고전적인 김밥을 먹는다. 김밥에 넣는 달걀말이에도 야채를 다져 넣으면 좋다. 당근, 양파, 브로콜리 등 냉장고에 있는 아무 야채나 넣어도 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걀말이는 오직 파만 듬뿍 다져 넣은 파달걀말이다. 온갖 야채를 넣은 볶음밥보다 오로지 파만 듬뿍 넣은 중국식 파볶음밥을 좋아하는 이치와 같다. 단무지, 당근볶음, 시금치, 우엉조림에 두툼하게 썬 파달걀말이를 넣고 김밥을 말아두면 한참 놔두었다 먹어도 향긋하고 달금한 파맛이 은근하여 맛있다.
저녁엔 좀 매콤하고 짭짤한, 자극적인 김밥을 먹는다. 지리멸과 매운 고추를 볶아 멸추김밥이 제격이지만, 그게 아니면 오징어채무침이나 무말랭이무침같이 맵고 물기 없는 반찬을 아무거나 넣으면 된다. 매운 게 싫을 땐 짭짤하고 고소한 장조림김밥도 괜찮다. 보통 김밥은 밥의 밑간을 참기름, 소금, 깨로 하는데 장조림김밥을 만들 땐 버터를 넣는다. 나머지 속재료를 똑같이 넣고 소고기장조림만 추가하면 된다. 버터 맛과 장조림 맛이 어울려 어린아이들이 좋아한다.(p.50)
■ 문장 분석
-소제목은 ‘김밥은 착하다’입니다. 김밥은 착한 사람들의 특징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원고 마감이 코앞에 닥치면 권여선 작가는 목욕재계 대신 김밥을 마는 의식?을 갖네요.
-김밥을 말아놓으면 끼니 걱정 없이 원고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때 신경써서 속재료를 다르게 세 종류의 김밥을 싸둡니다.
-아침엔 샐러드김밥/ 점심엔 두툼한 달걀말이 김밥/ 저녁엔 자극적인 김밥을 먹는다고 해요.
-세 종류 김밥 특성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침엔 샐러드김밥을 먹는다.’, ‘점심엔 두툼한 달걀말이가 든 고전적인 김밥을 먹는다.’, ‘저녁엔 좀 매콤하고 짭짤한, 자극적인 김밥을 먹는다.’로 문단을 나눠 각각 김밥의 특징을 설명합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걀말이는 오직 파만 듬뿍 다져 넣은 파달걀말이다.’, ‘김 위에 밥을 얇게 펴고 샌드위치햄을 두 장 펼치고 그 위에 샐러드를 넉넉히 얹어 만다.’, ‘매운 게 싫을 땐 짭짤하고 고소한 장조림김밥도 괜찮다.’등의 표현이 김밥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침에 신선할 때 바로 먹는 것이다.’, ‘김밥을 말아두면 한참 놔두었다 먹어도 향긋하고 달금한 파맛이 은근하여 맛있다.’, ‘버터 맛과 장조림 맛이 어울려 어린아이들이 좋아한다.’ 각각 문단의 끝 문장으로 김밥을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나만의 김밥’만들기나 추억으로 짧은 에세이를 써 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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