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간단한 부탁 - 정현종

물빛향기 2020. 4. 19. 20:14

간단한 부탁          - 정현종

 

지구의 한쪽에서

그에 대한 어떤 수식어도 즉시 미사일로 파괴되고

그 어떤 형용사도 즉시 피투성이가 되며

그 어떤 동사도 즉시 참혹하게 정지하는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저녁 먹고

빈들빈들

남녀 두 사람이

동네 상가 꽃집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의 감동이여!

 

전쟁을 계획하고

비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이여

저 사람들의 빈들거리는 산보를

방해하지 말아다오.

 

저 저녁 산보가

내일도 모레도 계속 되도록

내버려둬 다오.

꽃집의 유리창을 깨지 말아다오.

 

   - 시집<견딜 수 없네>(문학과 지성사, 2013)

===  우리네 삶의 행복이란?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며, 언제나 여행하는 것처럼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할 때 행복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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