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평강 약전(略傳) - 나희덕
그는 얼마간의 가축을 키웠다
병아리들을 부화시켜 마당에 놓아먹였고
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해
얼룩염소 한 마리를 사다가 젖을 짜 먹였다
염소가 언덕에서 풀을 뜯을 때
가만히 앉아 무슨 생각인가를 하염없이 하는 사람이었다
염소가 풀을 다 뜯은 후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언덕의 풀처럼 나지막하고 바람에 잘 쓸리는 사람이었다
닭 키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죽은 닭은 잘 만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갓 난 달걀과
마악 짜낸 염소젖,
생전에 그가 식구들에게 건네 준 전부였다
그보다 따뜻한 것을 알지 못한다
- 계간<시산맥>, 2018년 봄호
=== 나의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 시(詩)인 것 같다.
어릴 적 고향 집 마당에
소, 염소, 닭, 토끼를 키우던 시절로,,,
소를 끌고, 염소를 끌고 제방 둑이나 산으로 가서
풀을 뜯어먹게 몰고 다니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 추억이 깃든 고향 집이 도로가 생기는 관계로
2019년 12월 3일로 원주로 이사를 하셨다.
추억이 깃든 고향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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