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나평강 약전 - 나희덕

물빛향기 2020. 4. 20. 16:50

나평강 약전(略傳)     - 나희덕

 

 

그는 얼마간의 가축을 키웠다

 

병아리들을 부화시켜 마당에 놓아먹였고

 

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해

얼룩염소 한 마리를 사다가 젖을 짜 먹였다

 

염소가 언덕에서 풀을 뜯을 때

가만히 앉아 무슨 생각인가를 하염없이 하는 사람이었다

 

염소가 풀을 다 뜯은 후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언덕의 풀처럼 나지막하고 바람에 잘 쓸리는 사람이었다

 

닭 키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죽은 닭은 잘 만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갓 난 달걀과

마악 짜낸 염소젖,

생전에 그가 식구들에게 건네 준 전부였다

 

그보다 따뜻한 것을 알지 못한다

 

- 계간<시산맥>, 2018년 봄호

===  나의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 시(詩)인 것 같다.

어릴 적 고향 집 마당에

소, 염소, 닭, 토끼를 키우던 시절로,,,

소를 끌고, 염소를 끌고 제방 둑이나 산으로 가서

풀을 뜯어먹게 몰고 다니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 추억이 깃든 고향 집이 도로가 생기는 관계로

2019년 12월 3일로 원주로 이사를 하셨다.

추억이 깃든 고향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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