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건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1994, 초판 / 창비, 2015, 개정판)
=== 꽃이 지는 것도 꽃을 잊는 것도 슬프네요.
시간이 지나 그 꽃이
다시 새록새록 피어나길
기다리는
아름다운 추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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