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막은 울타리에 널려 있는 호박잎으로 고기를 싸주었는데, 언제나 맛있다.
부엌에는 빨간 개다리소반 위에 물빛 모양의 잔이 놓여있었고,
그 주막집 아들아이는 이름이 진인데, 물고기를 잘 잡고 앞니가 뻐드러졌고 나와 동갑이다.
울타리 밖에는 망아지들이 젖을 빨고 있기도 했고, 닭, 소, 염소, 토끼들이 노닐고 있다.
장터 입구에 있는 그 주막은 늘 봇짐진 사람들로 늘 시끌벅적거린다.
진이와 나는 봇짐진 사람들 틈에 끼어 술안주 하나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장이 끝물일 때, 시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진이는 내일 보자 하며 손을 흔든다.
- 백석 시인의 '주막'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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