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감자 먹는 사람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고흐, 신성림엮음, 위즈덤하우스>

물빛향기 2020. 6. 14. 19:16

♣ 14일차 에세이 필사 - '감자 먹는 사람들', 진정한 농촌 그림.  테오에게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 필사 본문

「감자 먹는 사람들」, 진정한 농촌 그림
테오에게

   나는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생활방식, 즉 문명화된 사람들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그 그림에 감탄하고,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겨울 내내 이 직물을 짜낼 다양한 색채의 실을 손에 쥐고서, 그 결정적인 짜임새를 찾아왔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모양을 한 천에 불과하지만, 그 천을 짠 실은 세심하게, 그리고 특정한 규칙에 따라 선택되었다. 
   언젠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감상적이고 나약하게 보이는 농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대상을 찾겠지. 그러나 길게 봤을 때는 농부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달콤하게 그리는 것보다, 그들 특유의 거친 속성을 살려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있고 먼지로 뒤덮인 푸른색 스커트와 상의를 입은 시골 처녀는 날씨와 바람, 태양이 남긴 기묘한 그늘을 갖고 있을 때 숙녀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숙녀들이 입는 옷을 걸친다면, 특유의 개성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또한 농부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려고 신사복을 차려입었을 때보다 작업복을 입고 밭에 나가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   1885년 4월 30일    - p.120~122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 문장 분석

- 테오의 생일에 맞춰 쓴 편지입니다.
-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내고 싶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면서 그림을 설명합니다.
- 고흐는 램프 불빛에 집중해서 그렸고, 감자 먹는 사람들의 손에도 집중해 그렸음을 알립니다.
-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감자먹는 손, 노동, 정직, 노력, 얻은 식사를 연결하는 고흐의 사상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 ‘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생활방식, 즉 문명화된 사람들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림을 그린 의도를 밝힙니다.
- ‘언젠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정한 그림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엿보입니다.
- ‘농부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달콤하게 그리는 것보다, 그들 특유의 거친 속성을 살려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 달콤하게/ 특유의 거친 속성 등의 문장으로 이 그림의 의도를 더욱 알 수 있습니다.
-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있고 먼지로 뒤덮인 푸른색 스커트와 상의를 입은 시골 처녀는 날씨와 바람, 태양이 남긴 기묘한 그늘을 갖고 있을 때 숙녀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기운 흔적/ 먼지로 뒤덮인/ 날씨와 바람/ 기묘한 그늘~~ 시골처녀의 멋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또한 농부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려고 신사복을 차려입었을 때보다 작업복을 입고 밭에 나가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느끼는 화가의 마음이 보입니다. 

 

♣ 필사하기

단상)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고 한다. 그 손이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그 그림에 감탄하고,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일이다.

   농부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달콤하게 그리는 것보다, 그들 특유의 거친 속성을 살려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있고 먼지를 뒤덮인 푸른색 스커트와 상의를 입은 시골 처녀는 날씨와 바람, 태양이 남긴 기묘한 그늘을 갖고 있을 때 숙녀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농부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려고 신사복을 차려입었을 때보다 작업복을 입고 밭에 나가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

 

   「감자 먹는 사람들작품은 전체적인 색상이 어둡다. 작품 속에 고흐가 살았던, 그 시대의 빈곤함과 절망적인 상황을 인물들과 사물들에 빛이 깃들어져 있다. 그 시대의 빈곤함과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정직하게 땅을 파고 살았던 그들의 식사를 하는 삶에 대해 정직한 삶에 대한 희망을 빛으로 표현하고 있다.

 

   감자 먹던 어린 시절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들 보니 어린 시절 강원도 정선에서 감자 먹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림 속에서 어두움을 비춰주는 램프 불이, 시골 마당에 빛을 내는 백열등을 닮았다.

   부모님은 텃밭에 상추, 고추, 감자, 옥수수, 콩 등을 심었고, 담벼락 아래는 호박, 오이 등을 심었다.

   여름이 오면, 감자 꽃이 피었다. 텃밭에 피어나는 감자 꽃, 피었다 지면 감자가 열매를 맺는다. 여름날 저녁에 마당 한 컨에 들마루에 둘러앉은 우리는 감자 찐 것과 옥수수, 감자전, 호박잎에 저녁을 대신할 때가 있었다.

   오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작품을 보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다시 한번 가족들과 따뜻하게 구워진 감자를 먹고 싶다.

 

◈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 4월 , 캔버스에 유채

youtu.be/QMKu0_HcW3c

감자 먹는 사람들

                    - 정진규

 

식구들은 둘러앉아

삶은 감자를 말없이 먹었다.

신발의 진흙도 털지 않은 채

흐린 불빛 속에서

늘 저녁을 그렇게 때웠다.

저녁 식탁이

누구의 손 하나가 잘 못 놓여도

삐걱거렸다.

다만 셋째 형만이

언제고 떠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된 나날이었다.

잠만은 편하게 잤다.

잘 삶아진 굵은 감자알들처럼

마디 굵은 우리 식구들의 손처럼

서걱서걱 흙을 파고 나가는

삽질 소리들을 꿈속에서도 들었다.

누구나 삽질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타고난 사람들이었다.

맛있는 잠! 잠에는 막힘이 없었다.

새벽에는

빗줄기가 조금 창문을 두드렸다.

제일 부드러웠다.

새싹들이 돋고 있으리라 믿었다.

오늘은 하루쯤 쉬어도 되리라.

식구들은

목욕탕엘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