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글 쓰는 신체로 : 베껴 쓰기'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물빛향기 2020. 7. 18. 19:13

♣ 4-6일차 에세이 필사하기 - '글 쓰는 신체로 : 베껴 쓰기'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aladin.kr/p/K68fM

 

글쓰기의 최전선

연구공동체 수유너머R과 학습공동체 가장자리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은유의 글쓰기론이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 고민들, 깨침들에 관한 이야기와

www.aladin.co.kr

 

♣ 필사 본문

 

글 쓰는 신체로: 베껴 쓰기

   세상에는 아름다운 글이 많다. 아름다운 글만이 마음을 흔든다. 아니다. 마음을 흔드는 글이 아름다운 글이다. 소녀 시절 누구나 문구용품에 매료되듯 나 역시 그랬다. 아빠의 낡은 만년필로 뭔가를 베껴 쓰고 끼적이기 좋아했다. 예쁜 엽서를 만들기도 했다. 요즘도 글이 안 써질 때, 심심할 때, 심란할 때, 책에서 본 한 줄 잠언에 전율할 때, 인터넷 댓글에서 삼라만상의 진리가 읽힐 때, 유독 그 단어가 섹시해 보일 때, 수첩을 펴고 노트를 열어 그대로 따라 쓴다. 긴 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일종의 백팔 배를 하는 심정과 비슷한데 의식의 따라감은 없고 관절의 움직임만으로 시간이 채워지는 충만함이 좋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빠뜨린 것 없는 지적인 글의 권위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달콤하고, 멋진 글을 보면서 질투심과 소유욕에 휩싸이기도 한다.

   베껴 쓰기는 무엇보다 엉덩이의 힘을 키운다. 글쓰기는 정신적인 영역이면서 육체적인 노동이다. 베껴 쓰는 동안은 책상에 앉아 있으니 책상과 한 몸 되어 무엇을 생산해내는 기쁨 체험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렇게 모은 글, 금쌀처럼 귀한 나의 일용할 양식을 담은 노트를 가방에 넣고 다닌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창가에 턱 괴고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잠을 청하면서 ‘노트’를 훑는다. 화분에 물을 주듯이 그것들에 눈길을 붓는다. 이티와 소년처럼 손끝을 맞대고 있다. 베낄 당시엔 큰 감동을 준 단어가 시시해져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다시 보아도 감동이 물결치는 문장이 있어 형광펜을 긋기도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의 위력은 참으로 크다. 신체에 각인된 그 문장, 단어, 금언, 감각, 뉘앙스, 느낌, 향기, 리듬, 파장이 글을 쓸 때면 슬며시 되살아남을 느낀다. 영감을 주고 논지를 잡아준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 살짝 비틀어 재활용하는 것만으로 밋밋한 글에 활기가 돈다. 베껴 쓰기는 정신에 군불을 때 주는 일용할 땔감이다. 베껴 쓰기는 그러니까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록 역사상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지미 핸드릭스의 연주법을 따라 해 보는 것과 같다. 철학자 김영민은 모방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방은 물듦이다. 진정한 모방의 힘은 충실하고 충실해서 마침내 그 모방을 뚫어내는 길 속에 있다. 그러나 착실하게 모방의 길을 걸어 보지 못한 자라면 냉소마저 허영일 뿐이다. 가령 프로이트에 충실한 라캉의 생산성이 그러하고, 라캉에 충실한 지젝의 생산성이 그러하지 않던가.”    - p.156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 문장 분석

- ‘아빠의 낡은 만년필로 뭔가를 베껴 쓰고 끼적이기 좋아했다.’며 아름다운 글을 만나면 베껴 쓰기도 했다고 하네요.
- ‘요즘도 글이 안 써질 때, 심심할 때, 심란할 때 (...)유독 그 단어가 섹시해 보일 때, 수첩을 펴고 노트를 열어 그대로 따라 쓴다.’며 베껴 쓸 때가 언제인지 자신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 ‘이는 일종의 백팔 배를 하는 심정과 비슷한데 의식의 따라감은 없고 관절의 움직임만으로 시간이 채워지는 충만함이 좋다.’ 필사하고 있는 시간의 느낌을 적고 있습니다.
- ‘멋진 글을 보면서 질투심과 소유욕에 휩싸이기도 한다.’며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합니다.
- ‘베껴 쓰기는 무엇보다 엉덩이의 힘을 키운다. 글쓰기는 정신적인 영역이면서 육체적인 노동이다.’ 며 베껴 쓰기에 관한 단상들을 죽 나열하는 문장들이 나옵니다.
- ‘베낄 당시엔 큰 감동을 준 단어가 시시해져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다시 보아도 감동이 물결치는 문장이 있어 형광펜을 긋기도 한다.’ 자신이 베낀 노트를 들고 다니며 문장에 감흥을 느낀 부분을 언급합니다.
- ‘신체에 각인된 그 문장, 단어, 금언, 감각, 뉘앙스, 느낌, 향기, 리듬, 파장이 글을 쓸 때면 슬며시 되살아남을 느낀다.’ 베껴 쓰기에 대한 장점을 알려줍니다.
- ‘철학자 김영민은 모방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며 인용문으로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필사하는 내 모습에 대한 에세이를 써도 좋겠습니다. (나는 왜 필사하는가)

 

♣ 필사하기

 

 

♣ 요약과 단상)

 

- 마음을 흔드는 글이 아름다운 글이다.

- 아빠의 낡은 만년필로 뭔가를 베껴 쓰고 끼적이기 좋아했다.

- 요즘도 글이 안 써질 때, 심심할 때, 심란할 때, 책에서 본 한 줄 잠언에 전율할 때, 유독 그 단어가 섹시해 보일 때, 수첩을 펴고 노트를 열어 그대로 따라 쓴다.

- 이는 일종의 백팔 배를 하는 심정과 비슷한데 의식의 따라감은 없고 관절의 움직임만으로 시간이 채워지는 충만함이 좋다.

-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빠뜨린 것 없는 지적인 글 달콤하고, 멋진 글을 보면서 모처럼 질투심과 소유욕에 휩싸이기도 한다.

- 베껴 쓰기는 무엇보다 엉덩이의 힘을 키운다. 글쓰기는 정신적인 영역이면서 육체적인 노동이다.

- 베낄 당시엔 큰 감동을 준 단어가 시시해져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다시 보아도 감동이 물결치는 문장이 있어 형광펜을 긋기도 한다.

- 신체에 각인된 그 문장, 단어, 금언, 감각, 뉘앙스, 느낌, 향기, 리듬, 파장이 글을 쓸 때면 슬며시 되살아남을 느낀다.

 

- “모방은 물듦이다. 진정한 모방의 힘은 충실하고 충실해서 마침에 그 모방을 뚫어내는 길 속에 있다. 그러나 착실하게 모방의 길을 걸어보지 못한 자라면 냉소마저 허영일 뿐이다. 가령 프로이트에 충실한 라캉의 생산성이 그러하고, 라캉에 충실한 지젝의 생산성이 그러하지 않던가.” --- 철학자 김영민은 모방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해서.

 

 

나는 왜 필사하는가?

 

쓰면 느려지고 느리면 분명해진다. 손으로 쓰면서 우린 그렇게 알게 된다. 내가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 - 베른하르트뢰스너 (1930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출발한 필기구 회사 라미(LAMY)CEO. 한 자루의 펜을 두고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도 약 2년 전부터 필사를 시작하면서, 좋은 문장, 좋은 글귀, () 한편을, 한 글자씩 베껴 쓰기 시작했다. 필사를 하면서 손은 아프지만, 그 시간만큼 글쓰기가 행복하다. 아침에 시() 한편을 필사하고,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에 에세이와 좋은 글귀를 필사를 한다. 한 문장, 한 글자를 따라 읽고 써 가다보면 작가의 생각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또 필사를 통해 여행을 하고, 요리를 배우고, 운동을 하고, 자연 경관을 느끼게 되고 해서 필사의 매력에 자꾸 빠지게 된다. 글씨체는 못났지만, ‘필사는 사랑의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필사하므로 해서 작가님의 생각을 닮아가려고 그의 글을 사랑한다.

   앞으로 한문시(손글씨)나 토지(土地, 박경리)을 부분 필사(워드작업으로)에 도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