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흘러가는 것'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물빛향기 2020. 7. 25. 21:03

♣ 4-13일차 에세이 필사 - '흘러가는 것'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aladin.kr/p/h2lwb

 

아침의 피아노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다.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의 일기 234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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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본문

17.
지금까지 내게 사랑의 본질은 감정의 영역에 국한되었던 건지 모르겠다. 내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온화함, 다정함, 부드러움 등의 조용한 감정들…… 그러나 사랑은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정신이 되어야 한다. 정신으로서의 사랑. 사랑은 정신이고 그럴 때 정신은 행동한다. 

18.
촬영하는 친구들을 따라와서 축령산 개울가에 앉아 있다. 현자가 말했듯 물은 다투지 않는다. 제일 낮은 곳을 제자리로 찾아 흐리기 때문이다. 물은 꿈이 크다. 가장 낮은 곳에서 드넓은 바다가 있다. 그렇게 물은 언어 없이 흐르면서 자유의 진실을 가르친다. 물소리를 들으며 생각하면 지난날도 다가올 날도 아쉽다. 그러나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 지금 내게 주어진 건 남겨진 시간들이다. 그 시간도 흐른다. 사는 건 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었다. 남겨진 시간, 흐르는 시간, 새로운 시간, 그 한가운데 지금 나는 또 그렇게 살아 있다.

19 .
돌보지 않았던 몸이 깊은 병을 얻은 지금, 평생을 돌아보면 만들고 쌓아온 것들이 모두 정신적인 것들뿐이다. 그것들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그것들이 무너지는 나의 육신을 지켜내고 병 앞에서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제 나의 정신적인 것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자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 p.27~29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


■ 문장 분석 

- ‘사랑의 본질은 감정의 영역에 국한되었던 건지 모르겠다.’ 며 ‘온화함, 다정함, 부드러움 등의 조용한 감정들’을 열거합니다. 
- ‘사랑은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정신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감정을 넘어선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네요. 자신이 질문하고 답을 내리며 사랑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 ‘현자가 말했듯 물은 다투지 않는다.’ 축령산에서 계곡물을 보고 느낀 단상입니다.
- ‘물은 꿈이 크다.’ 물을 의인화해서 꿈이 있다는 표현도 좋네요.
- ‘가장 낮은 곳에서 드넓은 바다가 있다.’ 가장 낮은 계곡에서 시작해 바다로 나가는 게 물의 꿈일까 생각해봅니다.
- ‘물소리를 들으며 생각하면 지난날도 다가올 날도 아쉽다.’ 삶의 아쉬움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 ‘그 시간도 흐른다.’ 계곡물이 흐르듯이 시간도 흐름을 비유하네요.  
- ‘사는 건 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었다.’ 물의 꿈처럼 자신도 늘 삶을 꿈꿨다고 고백합니다.
- ‘평생을 돌아보면 만들고 쌓아온 것들이 모두 정신적인 것들뿐이다.’ 저자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다며 정신적인 것들만 돌보고 쌓아왔다고 회고합니다.
- ‘그것들이 무너지는 나의 육신을 지켜내고 병 앞에서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여기서 그것들은 ‘정신’이겠네요. 
- ‘자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자기가 평생 쌓아온 정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증명해보자고 합니다. 비장함이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 필사하기

 

 

요약과 단상)
=== 흘러가는 것

 

- 사랑의 본질은 감정의 영역에 국한되었던 것이다.

- 사랑은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정신이 되어야 한다.

 

- 현자가 말했듯 물은 다투지 않는다. 물은 꿈이 크다.

- 가장 낮은 곳에는 드넓은 바다가 있다.

- 물소리를 들으며, 생각하면 지난날도 다가올 날도 아쉽다.

- 그 시간도 흐른다. 사는 건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었다.

- 평생을 돌아보면 만들고 쌓아온 것들이 모두 정신적인 것들뿐이다.

- 그것들이 무너지는 나의 육신을 지켜내고 병 앞에서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흘러가는 것

 

물은 다투지 않고 흐른다

낮은 곳을 찾아 흐른다

물은 꿈이 크다

낮은 곳에서 드넓은 바다로

물은 언어 없이 흐르고

물소리를 들으며

지난날도 다가올 날도 아쉽다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

주어진 건 남겨진 시간들이다

그 시간도 흐른다

사는 건 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

남겨진 시간,

흐르는 시간,

새로운 시간,

그 가운데 살아가는 삶

 

비가 온 후, 쾌청한 날씨 가운데 가끔씩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보이는 하루였다. 물이 낮은 곳으로, 다시 넓은 바다로 가듯, 파란 하늘에 구름도 어디론가 흘려간다.

 

저 파란 하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음의 상처와 힘들고 지칠 때

파란 하늘을 바라보라!

파란 하늘이

나를 위로해주며, 웃어줄 것이다.

 

- p.29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