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나의 뒷모습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물빛향기 2020. 8. 6. 22:44

♣ 4-25일차 에세이 필사 - '나의 뒷모습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aladin.kr/p/11erM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에 새로운 산문집을 출간한다. 이번 산문집은 「한겨레21」에 연재됐던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을 비롯, 각종 일간지와 문예지 등에 연재했던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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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필사본문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 

   우리가 흔히 삶의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저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순간의 표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표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나. 행복한 가족의 어느 가장이 아내에게 한마다 말도 없이 문득 자살을 감행할 수도 있는 게 삶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나. 그냥 보여줄 수밖에, 그 남자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보여줄 수밖에.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세계가 어떻게 있느냐가 신비스러운 것이 아니라 세계가 있다는 것이 신비스러운 것이다.”(6.44) 《논리 철학 논고》(1921)의 후반부다.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것이 신비스러운 것이다.”(6.522) 이 철학자가 반대할지도 모르겠지만, 문학의 언어만큼은 그 ‘스스로 드러남’의 통로가 된다고 할 수 없을까.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 한 사람의 표정들을 모두 모은다고 그 사람의 얼굴이 되지는 않는다. 한 소설이 건드리는 ‘작은 진실’은 독자적인 것이고, 과학이나 철학이 제시하는 ‘큰 진실’(진리)의 한낱 부분들이 아닐 것이다. 전체로 환원될 수 없는 부분들, 그런 것들의 세계이니까, 소설이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설을 읽으면 겸손해지고 또 쓸쓸해진다. 삶의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미세한 것이구나 싶어 겸손해지고, 내가 아는 건 그 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구나 싶어 또 쓸쓸해지는 것이다. 미야모토 테루의 이 아름다운 소설 앞에서 나는 분명히 겸손해지고 쓸쓸해졌다.
       - p.56~57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 문장 분석

-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은 남편이 선로에 자살했지만 아내는 남편이 자살이유를 몰라합니다. 어느 날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남편을 떠올리는 소설입니다. 
- ‘삶의 진실이라 부르는 것은’ 얼굴에 스치는 ‘순간의 표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 ‘삶의 진실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나/ 어떻게 설명하나/를 반복하며 ‘삶의 진실’이라는 속성을 언급합니다.
-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것이 신비스러운 것이다.”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합니다.
- 그렇지만 문학의 언어만큼은 그 ‘스스로 드러남’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네요.
- 《환상의 빛》은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이라고 정의합니다.
- 소설은 과학이나 철학의 진리에 속하는 한낱 부분들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 설은 삶의 진실을 미세하게 보여주고 겸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 필사하기

 

 

요약과 단상)
=== 나의 뒷모습은?

 

- 삶의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저의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순간의 표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 “세계가 어떻게 있느냐가 신비스러운 것이 아니라 세계가 있다는 것이 신비스러운 것이다.”

-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것이 신비스러운 것이다,”

- 문학의 언어만큼은 그 스스로 드러남의 통로가 된다고 할 수 없을까.

- <환상의 빛>이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 한 사람의 표정들을 모두 모은다고 그 사람의 얼굴이 되지는 않는다.

- 소설이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 삶의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미세한 것이구나 싶어 겸손해지고, 개가 아는 건 그 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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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표정들을 모두 모은다고 그 사람의 얼굴이 되지는 않는다. 한 소설이 건드리는 작은 진실은 독자적인 것이고, 과학이나 철학이 제시하는 큰 진실’(진리)의 한낱 부분들이 아닐 것이다.” <p.56,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방식을 쫓아 살아가지만, 우리는 비슷한 뒷모습으로 하고, 진실의 구조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뒷모습은 자세히 볼 수 있지만, 내 뒷모습은 내 눈으로 직접 보기 힘들다. 타인이 보고 내 뒷모습의 이야기를 듣든지, 아니면 거울을 통해 내 뒷모습을 보아야한다. 오랜만에 거울을 통해 내 뒷모습을 봤는데, 뒤쪽에 붉은 반점들이 있다. 그래서 거울을 보고 약을 바른다.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거울을 통해 뒷모습을 보듯, 문학작품들을 통해 나의 내면의 뒷모습을 찾아, 더 겸손하게 다양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인생길을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