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6일차 에세이 필사 - '쪽지 사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 4. 필사본문
그녀, 슬픔의 식민지
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
1년 전 일이니 분명히 기억난다. 고작 20쪽 남짓인 이 첫 챕터를 나는 몇 번에 걸쳐 쉬어가며 읽어야 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쪽을 다 읽고 나서, 이것이야 말로 내가 늘 찾아온 그런 종류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딘가에도 썼지만, ‘자신에게 전부인 하나를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나는 당해내질 못한다. 이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독한 사랑과 참혹한 애도의 서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섬세한 스케치인 이 소설을 모니카 마론은 최상의 산문 문장으로 끌고 나간다. 최상의 산문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이다. 달콤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꿈과 잠의 주체인 우리는 안다. 꿈과 잠에 비유해본다면, 그녀의 문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는 한참을 더 울게 되는 그런 꿈이고,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 한참을 더 울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그 슬픔이 달콤한 안도감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그렇게 꿈꾸듯 잠자듯 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불길한 예감이 적중한 듯한 결말을 만나게 되고, 이 소설의 제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본래 슬픈 짐승이고 우리는 모두 슬픔의 식민지가 아닌가.
- p.68~70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 문장 분석
- 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은 수십 년 세월 동안 사랑을 추억하다 육체, 정신이 모두 슬픔에 점령당해 식민지가 된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 20쪽 남짓 첫 챕터를 읽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 첫 챕터를 쉬어가며 읽었고, 심장이 세차게 뛰었고, 하나를 위해 전부를 포기한 이들의 이야기는 당해내질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 자신의 처지를 보여주면서 소설의 위력을 어필합니다.
- ‘한편으로는 지독한 사랑과 참혹한 애도의 서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섬세한 스케치’라며 소설을 두 가지 입장으로 정의합니다.
- ‘모니카 마론은 최상의 산문 문장으로 끌고 나간다.’며 소설을 소개합니다.
- 적확하다: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아니하다.
- ‘최상의 산문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이다.’며 달콤한 고통을 꿈과 잠에 비유합니다.
- ‘그녀의 문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한 작가의 문장 묘사를 이렇게 비유하고 있습니다.
- 꿈꾸듯/잠자듯/적중한 듯 ~~ ~듯이란 표현을 나열했네요.
- 인간=짐승=슬픈=슬픔의 식민지라는 도식을 그립니다.
♣ 필사하기
요약과 단상)
=== 쪽지 사랑
- 심장이 세차게 뛰었기 때문이다.
- 한편으로는 지독한 사랑과 참혹한 애도의 서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섬세한 스케치인 이 소설을 모니카 마론을 최상의 산문 문장으로 끌고 나간다.
- 최상의 산문 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이다.
- 꿈과 잠에 비유해 본다.
- 그녀의 문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는 한참을 더 울게 되는 그런 꿈이다.
- 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 인간 = 슬픔 = 짐승 = 슬픔의 식민지
= = = = = = =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 그것이 대답이었고, 그 문장을 마침내 말로 꺼내 얘기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문학동네, 2010, p.20)<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p.67>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라는.
내 인생에 심장을 세차게 뛰게 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을 가서 주소를 적은 쪽지를 여학생들에게 주어서 편지가 오기를, 가슴 뛰게 기다렸던 시절이 있었다. 약 한 달 뒤에 쪽지 때문에 여학생으로부터 첫 편지가 왔다. 그로 인해 편지를 주고받았다. 달콤한 밀어를 편지로 주고받다가 소식이 끊어졌다가 약 5년 후에 그녀로부터 다시 편지가 왔다. 몇 번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처음으로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그때만 해도 결혼할 생각도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만났다. 처음 만난 그녀는 내가 바라던 여성상이지만, 나는 그날 만나고 우리는 또다시 헤어졌다. 가슴 뛰게 했던 그녀는 기쁨 추억이면서,, 서글픈 추억이다.
'독서이야기 > 에세이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여행(김동률의 출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0) | 2020.08.09 |
---|---|
'점과 같은 존재인 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0) | 2020.08.08 |
'나의 뒷모습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0) | 2020.08.06 |
'위로받는 것이 이해받는 것'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0) | 2020.08.05 |
'하루 30분 이상, 5줄 이상을 쓰기'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0) | 2020.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