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경포호수'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물빛향기 2020. 9. 21. 11:41

♣ 5-18일차 : '경포호수'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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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첫 산문집. 삼십여 년의 세월 속에 발표했던 여러 매체 속 글 가운데 추려 이를 1부와 3부에 나눠 담았고, 그 가운데 2부로는 강운구 구본창 선생의 사진 가운데 이 책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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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할 본문

 

▮ 강원도의 힘

   나는 지금 구본창이 찍은 사진 한 장을 앞에 두고 있다. “200305 강릉”이라고 적혀 있다. 제목일까, 뭐라고 이름 붙일 수 없어 촬영한 날짜와 장소만 적어놓은 것일까. 전경의 빈 땅에 행상용 아이스크림 수레가 하나 덩그렇게 서 있다. 그 뒤로 사진의 한복판을 수평으로 가로질러 호수라기보다는 강이나 인공수로처럼 보이는 원경의 물이 있다. 여러 정황으로 경포호수일 것이 분명한 그 물의 건너편에, 물과 평행을 이루며 작은 구릉이 역시 한일자로 사진을 가로지른다. 구릉에는 나무가 많고, 인가이기보다는 펜션이나 카페일 것 같은 시설물들이 여기저기 작고 불분명한 형체만 드러내고 있다. 그 뒤로는 하늘이다. 중경에는, 사진의 왼쪽 구석에 치우쳐서 버드나무 한 그루가 밑동을 물가에 두고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카메라의 시점을 비교적 지면 가까이에 두고 찍은 사진이어서 물은 하얀 띠처럼 좁게 보이고, 반면에 아이스크림 수레와 버드나무는 실제보다 더 우뚝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버드나무는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았다. 왼쪽으로 뻗은 큰 가지 하나와 다른 가지들의 상부가, 그리고 위로는 우듬지가 잘렸다. 버드나무는 금속성의 각진 몸체에 요란하게 색칠을 한 아이스크림 수레의 기세에 눌려 화면 밖으로 밀려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아이스크림 수레가 없었더라면, 풍경은 쓸쓸하면서도 평화롭게 보일 수 있었으리라. 아니 어쩌면 이 당돌한 아이스크림 수레 때문에 물 건너 풍경이 더 평화롭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레는 그 요란한 색깔로 피할 수 없는 낡음에 완강히 저항하면서 “나는 여기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이스크림 수레를 처음 보는 것처럼(사실 언제 아이스크림 수레를 자세히 본 적이 있던가?) 여러 번 되풀이해서 다시 보게 된다.
       - p.186~187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 문장 분석

- 한국현대 사진작가 구본창의 사진을 한 장 소개하고 있습니다.
- “200305 강릉”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로 어떤 사진인지 유추가 시작됩니다.
- ‘그 뒤로 사진의 한복판을 수평으로 가로질러 호수라기보다는 강이나 인공수로처럼 보이는 원경의 물이 있다.’ 
- 전경 全景: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체의 경치.
- 원경 遠景: 멀리 보이는 경치. 사진이나 그림에서 먼 곳에 있는 것으로 찍히거나 그려진 대상.
- ‘여러 정황으로 경포호수일 것이 분명한 그 물의 건너편에, 물과 평행을 이루며 작은 구릉이 역시 한일자로 사진을 가로지른다.’ 여러 정황(강원도, 5월, 아이스크림 수레, 물의 모습, 작은 구릉 등)을 보면 경포호수라고 말합니다.
- ‘그 뒤로는 하늘이다.’ 긴 문장들 사이에 짧은 문장이 임팩트 있게 읽힙니다.
- ‘중경에는, 사진의 왼쪽 구석에 치우쳐서 버드나무 한 그루가 밑동을 물가에 두고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중경中景:근경과 원경 사이의 중간 정도에서 보이는 경치. 
- ‘카메라의 시점을 비교적 지면 가까이에 두고 찍은 사진이어서 물은 하얀 띠처럼 좁게 보이고, 반면에 아이스크림 수레와 버드나무는 실제보다 더 우뚝하게 드러난다.’ 카메라의 시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겠네요. 그 모습을 언어화하고 있습니다.
- ‘ 버드나무는 금속성의 각진 몸체에 요란하게 색칠을 한 아이스크림 수레의 기세에 눌려 화면 밖으로 밀려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속 주인공은 아이스크림 수레네요. ‘기세에 눌려’라는 표현이 익살스럽네요.
- ‘수레는 그 요란한 색깔로 피할 수 없는 낡음에 완강히 저항하면서 “나는 여기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저자는 수레의 긴 그림자로 시간이 아침나절이라고 말합니다. 
- 곧 열린 단오제를 위한 굿판이 열리는데 인파를 생각해 수레를 목 좋은 자리에 선점했을 거라고 사진을 보며 추측합니다.
- 수레는 몰려들 인파를 생각하며 생명이 충만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p.185

 

♣ 필사하기

 

 

 

2017 10 06 강릉 경포호수

♣ 요점정리)

 

- “2003 05 강릉이라고 적혀 있다.

- 전경의 빈 땅에 행상용 아이스크림 수레가 하나 덩그렇게 서 있다.

- 그 뒤로 사진의 한복판을 수평으로 가로질러 호수라기보다는 강이나 인공수로처럼 보이는 원경의 물이 있다.

- 여러 정황으로 경포호수일 것이 분명한 그 물의 건너편에, 물과 평행을 이루며 작은 구릉이 역시 한일자로 사진을 가로지른다.

- 여기저기 작고 불분명한 형체만 드러내고 있다.

- 그 뒤로는 하늘이다.

- 중경에는, 사진의 왼쪽 구석에 치우쳐서 버드나무 한 그루가 밑동을 물가에 두고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 카메라의 시점을 비교적 지면 가까이에 두고 찍은 사진이어서 물은 하얀 띠처럼 좁게 보이고, 반면에 아이스크림 수레와 버드나무는 실제보다 더 우뚝하게 드러난다.

- 버드나무는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았다.

- 버드나무는 금속성의 각진 몸체에 요란하게 색칠을 한 아이스크림 수레의 기세에 눌려 화면 밖으로 밀려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 당돌한 아이스크림 수레 때문에 물 건너 풍경이 더 평화롭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모르겠다.

- 수레는 그 요란한 색깔로 피할 수 없는 낡음에 완강히 저항하면서 나는 여기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 단상)
2017106일 경포호수

 

   추석 명절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강릉 경포대에 갔었다.

   강릉 경포호수를 약 1시간 50분 정도 아들과 딸과 함께 호수둘레를 걸었다. 날씨는 흐리고 조금 쌀쌀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한번쯤은 걸어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상쾌하게 걸었다.

   호수에 홍장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절세미녀인 기생 홍장과 관리 박신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전설을 조각들로 표현하여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곳도 있다.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호수 둘레를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걸었다.

 

   《강릉 경포대는 고려 충숙왕 13(1326) 당시 강원도 안렴사 박숙에 의해 현 방해정 뒷산 인월사 옛터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고 이후 현 위치로 옮겨지었다고 하나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현 위치로 옮겨 지은 후로 여러 차례 고쳐지었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899년으로 이때 남쪽과 북쪽에 누마루를 가설하고 득월현과 후선함이라 하였다 한다. 정면 5, 측면 5칸 규모인 단층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익공 양식에 2고주 7량 가구(여러 재료를 결합하여 만든 구조)이며, 연등천장으로 되어 있다. 내부에는 율곡 이이 선생이 10세 때 지었다는'경포대부'를 비롯하여 숙종의 어제시 및 유명한 문장가로 알려진 조하망의 상량문 등 여러 명사들의 글이 걸려 있다.

 

   나는 굽어있는 소나무 앞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옆에는 버드나무가 살짝 보이고 굽은 소나무와 넓은 호수, 저 멀리 보이는 하얀 건물, 스카이씨베이호텔(당시에는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이 서 있다. 그 옆으로 나무와 집들이 카페일 것 같은 시설물들이 작고 불분명한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 뒤로는 하늘이 보인다.

   들국화 핀 경포호수 옆으로 자전거 타는 사람과 걷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