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노란 둥근달'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물빛향기 2020. 9. 24. 22:33

♣ 5-21일차  :  '노란 둥근달'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aladin.kr/p/KFoeJ

 

밤이 선생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첫 산문집. 삼십여 년의 세월 속에 발표했던 여러 매체 속 글 가운데 추려 이를 1부와 3부에 나눠 담았고, 그 가운데 2부로는 강운구 구본창 선생의 사진 가운데 이 책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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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할 본문

 

▮ 유행과 사물의 감수성

   현대의 다단한 문명을 만들기까지에는 권태에 대한 두려움이 큰 몫을 담당했다. 권태롭다는 것은 삶이 그 의미의 줄기를 얻지 못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유행에 기민한 감각은 사물에 대한 진정한 감수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기에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온갖 것들에 대한 싫증이 있을 뿐이며, 새로운 것의 번쩍거리는 빛으로 시선의 깊이를 대신하려는 나태함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깊은 곳에 그 기억을 간직할 때에만 사물도 그 깊은 내면을 열어 보인다. 그래서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란 자아의 내면에서 그 깊이를 끌어내는 능력이며,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 제 깊이를 지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은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나 같다.
   “내가 해안의 굴곡을 바라보고 있을 동안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다음에는 언덕 뒤에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 보름달이었다.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 한 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폴 오스터의 긴 소설 『달의 궁전』의 마지막 대목이다. 달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서울에서는 달을 보기도 어렵다. 달이 보이지 않으면 옛날 달이 떠오르던 언덕이라도 바라보며, 아파트가 들어서 그 언덕마저 없어졌으면 언덕이었던 자리라도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살자. 가을이 깊었는데 이런 소설이라도 읽으면서 살자.
       - p.250~252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 문장 분석

- ‘사물의 감수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소비 성향을 가늠하는 잣대’(p.190) 삼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한국은 유행의 확산 속도가 빨라 소비의 흐름을 읽기 편리하겠구나 생각했다는 저자입니다.
- 세계소비시장에 적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는 한국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다는 뉘앙스를 비칩니다.
- ‘유행에 기민한 감각은 사물에 대한 진정한 감수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고 하네요.
- ‘거기에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온갖 것들에 대한 싫증이 있을 뿐이며, 새로운 것의 번쩍거리는 빛으로 시선의 깊이를 대신하려는 나태함이 있을 뿐이다.’ 너무 빨리 물건에 실증내고, 바꾸고 하는 부분을 이렇게 언급합니다.
- ‘그래서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란 자아의 내면에서 그 깊이를 끌어내는 능력이며,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 사물에 대한 감수성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의 마지막 대목을 발췌로 들어 사물에 대한 감수성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주문합니다.
- ‘달’이라는 사물을 폴 오스터는 어떻게 감수성을 갖고 접근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달’을 떠올리며 나만이 갖고 있는 감수성을 적어봐도 좋겠습니다.

 

♣ 필사하기

 

 

요점정리과 단상

 

- 권태롭다는 것은 삶이 그 의미의 줄기를 얻지 못한다.

- 유행에 기민한 감각은 사물에 대한 진정한 감수성이 아니다.

- 거기에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온갖 것들에 대한 싫증이 있을 뿐이며, 새로운 것의 번쩍거리는 빛으로 시선의 깊이를 대신하려는 나태함이 있을 뿐이다.

-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란 자아의 내면에서 그 깊이를 끌어내는 능력이며,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

- 언덕 뒤에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 보름달이었다.

- 가을이 깊었는데 이런 소설이라도 읽으면서 살자.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단상 - 노란 둥근달

 

   나의 고향은 사방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정선(이젠 원주가 고향이다)인데, 노을이 지고 어두워지니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서, 동쪽 방향 산을 바라보니 달이 떠올리기 시작한다. 노란 둥근 보름달이 어두움을 물리치면서 솟아오르고 있다. 그 달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을 눈 한 번 떼지 않고 노란 둥근 보름달을 올려다보곤 했다.

   서울 하늘에서는 달을 보기 힘들다. 가끔 날씨 좋은 날에는 둥근 노란 달을 보게 되면 너무너무 행복해서 한참을 올려다본다. 노란 둥근 달이 금방이라도 내 머리 위에 내려앉을 것 같다. 올 해 가을에는 맑은 날씨 가운데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가을 노란 둥근달을 보면서, 폴 오스터의 소설 <달의 궁전>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