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5일차 에세이필사 : “속이 꽉 찬 만두” <사랑 밖의 모든 말들 / 김금희 / 문학동네 / 2020>
◈ 필사 할 본문
▮ 찬물 국수
엄마는 여름이면 찬물에 간장과 김치만으로 국수를 말아 내놓곤 하는데, 거기에는 엄마가 성장했던 시골에서의 경험이 들어가 있다. 엄마는 그때는 차디찬 우물물을 떠서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그 찬물만으로 국수를 해먹었다고 이야기해주곤 했다. 색색의 고명도 없고 여러 가지 맛을 혼합한 양념도 없지만 그런 국수를 먹으면 아주 오래전의 그 시골 평상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그 우물을 본 적도 없지만 두레박이 텅, 하면서 아래로 내려가 물을 퍼올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맛이 불러내는 기억은 생생했고 더 이상의 양념은 정말이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의 부엌이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그저 엄마만의 레시피로 운용되기를 원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엄마가 그 효율에 기대 좀 쉴 수 있다면, 매체의 레시피를 따라 하면서 새로운 걸 알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비법이 아닌가 싶어서. 이왕이면 엄마가 셰프들의 요리 방송에도 관심을 가져서 외식을 하자고도 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엄마의 부엌이 그렇게 잠시 쉬고 있을 때가 많아져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p.33)
▮ 문장 분석
- 엄마와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 엄마가 텔레비전에서 유명한 외식사업가가 알려준 ‘만능간장’(잘게 간 돼지고기에 간장을 넣고 끓인 조림 간장)을 만들고 비법간장을 손에 넣어 조림요리에 해방된 얼굴이었다고 술회합니다. - 저자는 가사노동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엄마의 가사노동에 어떤 불가사의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 엄마가 여름에 해준 음식 중 ‘찬물에 김치만으로 국수’를 떠올립니다. - 어릴 적 엄마는 ‘차디찬 우물물을 떠서’ 찬물로만 국수를 해먹었다는 이야기도 소환합니다. - ‘색색의 고명’, ‘혼합한 양념’도 없는 국수지만 찬물국수를 예찬하고 있어요. - ‘나는 그 우물을 본 적도 없지만 두레박이 텅, 하면서 아래로 내려가 물을 퍼올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찬물국수를 표현한 부분입니다. 우물/ 두레박/ 텅/ 퍼올리는/ 찬물/ 국수 ~ 어휘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 ‘만능간장’보다 ‘엄마의 레시피로 운용되기를’ 원하지만 엄마에겐 말하지 않은 속 깊은 마음도 보입니다. - 저자는 엄마가 레시피보다 셰프들의 요리 방송에도 관심을 가져 ‘엄마의 부엌’이 잠시 쉬었으면 하는 바램도 담고 있습니다.
▸한 줄 essay : 여러분은 이 필사문을 읽고 어떤 ‘음식’이 떠오르세요? |
◈ 필사하기
◈ 단상
- 여름이면 찬물에 간장과 김치만으로 국수를 말아 내어 놓음.
- 차디찬 우물물을 떠서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그 찬물만으로 국수를 해먹었다.
- 시골 평상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 두레박이 텅, 하면서 아래로 내려가 물을 펴 올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 매체의 레시피를 따라 하면서 새로운 걸 알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 엄마의 부엌이 그렇게 잠시 쉬고 있을 때가 많아져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 김금희 p.33)
===> 겨울이면, 설 명절을 앞두고 만두가 생각난다. 오늘도 아침에 만둣국을 먹었다. 이 만두는 어머니가 만든 것은 아니고, 이모가 만들어 준 김치 만두이다. 어릴 때 찬바람이 불면, 어머니는 손수 만두를 빚곤 했다. 그냥 찬바람이 불면, 설날이 다가오면 만두를 빚었던 기억이 난다.
만두속과 피를 만들어 주면, 아들만 4형제만 있던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만두를 빚었다. 또 큰집에 가면 형들이 있어서, 꿩이나 토끼를 잡아서 손질해서 만두속을 만들어 만두를 빚기도 했다.
어머니와 만들었던 만두는 그 당시에 귀한 소고기만두와 닭고기만두, 두부김치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어머니는 만두피를 만들고, 우리 4형제는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만두를 빚어낸다.
▸한 줄 essay : 어떤 ‘음식’이 떠오르세요?
===> 추억이 있는 속이 꽉 찬 통통한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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