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를 향하여 - 최승호
은행 계단 앞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땡볕에 지쳐 축 늘어져 있다
이 여름 도시에선 모두들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오고 또 죽어 가는지
빌딩 입구의 늙은 수위는
의무를 다하느라 침을 흘리며
눈을 뜬 채로 자면서도 빌딩을 지키고 있다
자라나는 빌딩들의
네모난 유리 속에 갇혀
네모 나는 인간의 네모난 사고방식, 그들은
네모난 관 속에 누워서야 비로소
네모를 이해하리라
━ 우리들은 네모 속에 던져지는 주사위였지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 시집<고슴도치의 마을>(문학과 지성사, 1985)
네모 속에 태어남
네모 속에 살아감
네모 속에 죽어감
네모 속에 영면함
네모에 맞춰 살아가며, 네모를 향하여 행진하는 나,
오늘도 행복한 네모의 삶이 되자!
- 김승희 시인의 글 인용함.
===> 시를 통해, 우리가 네모 안에 사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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