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1일차 필사 : ‘억울한 삶’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휴머니스트, 2020)
◈ 필사 할 본문
8. 아버지의 이름으로
8. 아버지의 이름으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니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를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김소월, <부모>
이제 왜 소월의 시 <부모>에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없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가 ‘알아보리라’가 아닌 이유도, 아니 알아보더라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보리라는 사연으로 읽히는 이유도, 심지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고 노래할 때도 그 속에 아버지는 없었던 이유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실제로 소월은 무려 여섯 자녀를 둔 ‘부모’가 되었지만 다른 아버지들의 마음은 알아도 정작 당신 아버지의 마음은 몰랐을 것이다. 아버지처럼 실성하지 않고서야, 아니 아버지처럼 실성한들, 아들인 소월 자신을 실성하신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살고자 했던 소월. 그러나 그의 생은 너무 힘들었다. 부모가 되었으면 부모 마음 알 법한 사람이 그래서야 아니 될 터인데, 특별히 자기 자식들만은 자기 같은 상처가 없도록 훌륭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 했을 터인데, 오죽하면 여섯이나 되는 그 새파란 자식들을 놔두고 스스로 생을 접었겠는가 이것은 슬픈 아이러니다. - p.194, 198~199
■ 문장 분석
-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아버지-자식’에 관한 챕터입니다.
- 김소월 시 <부모>, 김소월 <어려 듣고 자라 배워 내가 안 것은>, 신경림 <아버지의 그늘>, 정재찬 페이스북에 올린 글 등이 소개됩니다.
- 김소월의 시 <부모>는 가수 홍민의 곡으로 널리 알려진 <부모>의 원시(原詩)라고 합니다.
- 소월 김정식의 아버지 김성도는 소월이 두 살 때 일본인 목도꾼들에게 몰매를 맞고 실성한 사람으로 지냈다고 합니다.
- 김소월은 다작을 하면서 생업을 놓은적이 없고 몽환적 시세계를 그리면서 당시 낭만파 시인들과 달리 끝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해요.
- 책에는 김소월 시인이 아편을 가득 머금고 서른넷의 나이를 스스로 정리했다고 적혀있습니다.
- 실성한 아버지 밑에 자란 자신이 새파란 자식들을 놔두고 스스로 생을 접었던 부분은 ‘슬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 필사하기
◈ 요약정리)
-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 소월은 무려 여섯 자녀를 둔 ‘부모’가 되었지만 다른 아버지들의 마음은 알아도 정작 당신 아버지의 마음은 몰랐을 것이다.
- 아버지처럼 실성하지 않고서야, 아니 아버지처럼 실성한들, 아들인 소월 자신을 실성하신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 단상) - 억울한 삶
낙엽도 마음대로 안 떨어진 시대
남의 나라에 지배받던 시절
식민지 속에 아버지가
얼마나 맞았으면 실성을 하는가?
아픈 역사
겨울 같은 그 시절을
살아온 선조들의 삶
두려움에 떨면서 살던 것처럼
살아가야 했던 시절
슬프고 답답하고 억울한 삶을 살았다
한이 맺힌 세월을 살아간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들
긴긴 겨울밤에
옛 이야기를 들으며
이불 속으로
슬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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