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3일차 필사 : ‘하늘로 돌아가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휴머니스트, 2020>
◈ 필사 할 본문
■ 겨울, 나그네를 만나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
시인은 노래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하긴 ‘죽다’의 높임말이 ‘돌아가다’인 것을 보면, 예부터 죽음이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감을 의미했나보다. 그런데 그 돌아가는 곳이 ‘하늘’이라면, 죽음도 괜찮을 성싶어지지 않는가? 이때 허무는 자리를 비켜선다. 귀천(歸天)이란, 말 그래도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본래 하늘에서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성립되는 말이다. 그러니 이는 인간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아예 성립조차 될 수 없는 말이다. - p.250, 252, 255
■ 문장 분석
- 슈베르트 가곡 <겨울 나그네>, 빌헬름 뮐러의 시 <보리수>, 박목월의 시 <사월의 노래>, 최인호 소설 <겨울 나그네>(1984년부터 동아일보에 연재), 곽지균 감독 영화 <겨울 나그네>(1986년), 에두아르 마네의 명화 <피리 부는 소년>(1866), 최인호의 연재소설 <가족>, 김유정의 유서같은 <편지>, 천상병 <귀천> 등이 소개됩니다.
- 천상병 (1930-1993)시인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 1952년 문단 등단, 1954년 학교를 그만두고 가난하면서 자유롭게 살았다고 합니다.
-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무고하게 연루되어 석 달 동안 모진 고문(전기)을 받고 아이도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해요.
- 1970년 그는 행방불명되고 친구들은 그의 유고시집 《새》가 출간되었는데, 시립 정신병원에서 수용되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 ‘귀천(歸天)이란, 말 그래도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다.’며 인간을 존귀하게 여겼던 시인의 마음을 전해집니다.
- 인생이야말로 ‘이슬과 노을처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저자는 말하네요.
- ‘소풍’의 대구(對句 비슷한 어조로 짝을 맞춘 시의 글귀)는 ‘귀가(歸嫁)’가 적당하거늘 ‘귀천(歸天)’이라 이름하였으니 그는 천상(天上/하늘의)의 시인이라고 말합니다.
◈ 필사하기
◈ 단상) 하늘로 돌아가다
하늘로 돌아가다 - 김진래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이슬이 사라지기 전에
이슬과 손을 잡고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저녁노을 지는 곳에서
노을에게 손짓하여 함께 가자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짐을 내려놓고
저 하늘가서,
이 땅의 삶이 아름다웠더라고
자랑하리라.
▶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패러디를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에 가서 시인처럼
이 땅의 삶이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나는 행복합니다. ㅡ 천상병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 세 살이니
부지런한 게 싫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제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
텔레비전의 희극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랑병(炳)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www.youtube.com/watch?v=v1vq0EaPRY8
www.youtube.com/watch?v=GYIowFwBf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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