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122

새해의 기도 - 이해인

새해의 기도 - 이해인 1월에는 내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 동안 쌓인 추한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꽃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꽃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에 믿음이 돌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일 작은 한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이 아름다운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

나는 누구인가? - 디트리히 본회퍼

나는 누구인가? ㅡ 디트리히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 나는 누구인가? 그들은 때로 말하기를, 나는 감옥의 갇힌 공간을 나설 때에 침착하고, 활기차며, 담대하다고 한다. 마치 자기 집 문을 나서는 유력자처럼… 나는 누구인가? 그들은 또한 말하기를, 나는 간수들과 이야기할 때에 자유롭고, 친절하며, 분명하다고 한다. 마치 내 자신 지시를 내리는 사람인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 그들은 또한 말하기를, 나는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내는 가운데에도 한결같고, 웃음을 잃지 않으며, 기품이 있다고 한다. 마치 늘 승리하는 자의 모습처럼… 그럼 나는 정말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인가? 아니면 단지 내가 알고 있는 나 자신일 뿐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피곤하고 갈망하며 병들어있는, 마치 누..

권할 수 없는 기쁨 - 김이듬

1. 시(詩) 뜨락 : 권할 수 없는 기쁨 - 김이듬 내 친구는 스피드광 오토바이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 그런 그가 사고를 당했다 지리산을 한 바퀴 돌아 나한테 놀러 오겠다더니 자동차를 들이받아 오토바이는 박살났지만 자기 몸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며 껄껄 웃는다 하늘로 붕 날아오르는데 그물 같은 게 받쳐주는 것 같았다며 타고난 바이커란다 전화 끊고 저수지 주변을 서성거린다 수위를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열렬히 그런 건 없을까 피로 물든 바위틈 고원의 당나귀든 상인의 낙타든 모래알에 이르도록 걸으리 묵직하게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 검은 얼음판 위에 앉아 있던 새 날개가 있는 슬픔 퇴화한 다리 아래 높은 곳으로 떨어져 죽어가는 예감 날 수 있어서 날아야 하니까 버려지지 않는 능력 때문에 - 시집『히스테리아』(문학..

아버지와 아이들

아버지! 나의 아버지, 또 내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하루였네요. 아버지는 엄하고 가까이 하기 힘든 그런 분이다. 요즘 아프시면서 많이 부드러워 지셨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내 마음에 남은 것이 없다. 그래서 요즘은 힘들어도 자주 전화를 들리고, 자주 찾아뵙고 있다. 내 곁을 떠나가시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또, 내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나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부드러운 아버지로서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내 생각에 안 맞으면, 내 아버지의 모습이 드러나 멈칫멈칫할 때가 있다. 오늘 필사 본문에 “자식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라는 말처럼 좀 더 고민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서, 친구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

익어가는 인생

# 1. 병원 방문 오후 늦게 병원 갈 채비를 한다. 허리와 무릎이 아파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병원을 찾아간다. 지갑을 챙기고, 가는 동안 읽을 책을 가방에 넣는다. 슈베르트의 에 빌헬름 뮐러의 시, ‘보리수’를 응얼거리면서 나간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 2. 휴가 후 출근 휴가를 끝내고 출근하는 아침 지하철. 토요일 아침(8월 1일)에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자판기 커피가 달고 깊다. 반대편에도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이 들어온다. 휴가기간과 주말 아침이라서 그런가! 붐비지는 않는다. 모두가 건강하고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가벼운 걸음으로 지하철을 탄다. 각자의 가는 곳은 달라도 한 공간에서 잠시나마 함께 한다. 각자의 세상에서 사랑하고 행복할 것이다. # 3. 익어가는 인생 비가 ..

나는 왜 필사하는가?

♣ 나는 왜 필사하는가? “쓰면 느려지고 느리면 분명해진다. 손으로 쓰면서 우린 그렇게 알게 된다. 내가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 - 베른하르트뢰스너 (1930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출발한 필기구 회사 라미(LAMY)의 CEO. 한 자루의 펜을 두고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도 약 2년 전부터 필사를 시작하면서, 좋은 문장, 좋은 글귀, 시(詩) 한편을, 한 글자씩 베껴 쓰기 시작했다. 필사를 하면서 손은 아프지만, 그 시간만큼 글쓰기가 행복하다. 아침에 시(詩) 한편을 필사하고,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에 에세이와 좋은 글귀를 필사를 한다. 한 문장, 한 글자를 따라 읽고 써 가다 보면 작가의 생각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또 필사를 통해 여행을 하고, 요리를 배우고, 운동을 하고, 자연..

좋이하는 것 - 김진래

좋아하는 것 우중충한 것 보다 화사한 것이 좋고, 연필보다는 볼펜이 좋고, 볼펜 잉크 냄새보다, 아가씨들의 향수가 좋다. 만화책보다는 인문, 철학이 좋고, 불경보다는 나는 성경이 좋다. 김뿌린 센베이 과자보다는 옥수수 뻥튀기가 좋고, 라면보다는 밥이 좋고, 동물보다는 사람이 더 좋다. 지하철에서 서있는 것보다는 앉을 수 있다면 더 좋고, 나는 책상에서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더 행복하고 더 좋다. 기뻐하며, 노래하며, 때론 침묵하면서,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을 보는 것이 더 좋고, 행복하다.

호박잎으로 고기를

그 주막은 울타리에 널려 있는 호박잎으로 고기를 싸주었는데, 언제나 맛있다. 부엌에는 빨간 개다리소반 위에 물빛 모양의 잔이 놓여있었고, 그 주막집 아들아이는 이름이 진인데, 물고기를 잘 잡고 앞니가 뻐드러졌고 나와 동갑이다. 울타리 밖에는 망아지들이 젖을 빨고 있기도 했고, 닭, 소, 염소, 토끼들이 노닐고 있다. 장터 입구에 있는 그 주막은 늘 봇짐진 사람들로 늘 시끌벅적거린다. 진이와 나는 봇짐진 사람들 틈에 끼어 술안주 하나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장이 끝물일 때, 시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진이는 내일 보자 하며 손을 흔든다. - 백석 시인의 '주막'을 읽고서

선배님 죄송합니다.

산달섬 면적 2.97㎢, 해안선 길이 8.2km로 거제만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섬에는 소토골 산, 뒷들 산, 건너재 산이라고 불리는 삼봉(三峰)이 있는데, 그 사이로 달이 솟아오른다고 하여 삼달(三達)이라고 불리다가 약 4백년전 이 섬에서 정승이 태어난 이후부터 산달도(山達島)라고 부르게 되었다. 1972년 부산대학교 박물관에서 신석기시대(BC 800)의 패총 2개를 발견함으로써 선사시대 때부터 인류가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1430년)에는 산달포 절도사가 대마도 어부들을 잡아 예조에 보고한 일도 있고, 경상도지리지에는 소를 키우던 목장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1470년(조선 성종 원년) 우도 수군절도사 수영이 설치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년 전..

지하철과 집

지하철과 집 지하철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하철은, 나만의 케렌시아(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지만, 집은 아니다. 어떻게 다른가? 집은 의무의 공간이며, 안식처다. 지하철은 밀폐된 공간이고, 이동 수단으로써 사람 냄새와 떠드는 소리, 눈 감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집은 나의 안식처이면서 가족과 함께 하며, 청소 같은 즉각 처리 할 일도 있다. 큰맘 먹고 언젠가 해치워야 할 책꽂이 정리와 책상 정리를 해야 한다. 책은 정리 안하고 다시 몇 권을 가져다가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으니, 만사가 평안 하다. 그러면서, 이 순간에도 다른 블로그에는 글과 사진들이 업로드 되고 있을 텐데. 옆에서 아내가 쳐다보며 책꽂이와 책상정리는 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