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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놀라워라,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집 쪽으로 다급하게 몰고 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는 밤의 물컹한 살을 한 움큼 움켜쥐며 걸었을 것을 아니 내 눈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 저편, 그 너머까지 탐색했을 지도 모를 것을 지금 내게 가장 급한 것은 오줌을 누는 일 지나가는 사람들 없는 사이 무릎까지 바지를 끌어내리고 오줌을 눈다 오줌을 누는 것은 대지와의 정사 혹은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 그리하여 다시 오줌이 마려워오는 순간이 오기까지 내 속이 잠시나마 환해지는 일 변기가 아닌, 이렇게 아파트 단지의 구석..

"누군가의 말에 위로 받은 말"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6일차 에세이필사 : "누군가의 말에 위로 받은 말"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잘 걷고 잘 넘어져요. 다니던 병원을 관두고,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정형외과 의사와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깁스를 한 달 넘도록 하는 바람에 그게 오히려 인대를 굳게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심정으로, 주기적으로 침을 맞으러 다녔다. 그날도 침대에 누워 기다리는데, 한의사가 들어오더니 말했다. “왼쪽 발로 걷는 거 무섭죠?” 침..

“시(詩 )같은 인생”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5일차 에세이필사 - 작문하기 : “시(詩 )같은 인생”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미션 할 본문 ▮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 그녀는 이십대 후반부터 외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즈음의 나에게도 은둔에 대한 욕구가 꾸준히 있었다. 사람이나 생활에 환멸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저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선택하고 싶었다. 만약 내가 진심으로 바라던 대로 살았다면, 에밀리 디킨슨의 일생과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매일 시를 쓰고, 정원을 가꾸고, 생강빵을 잘 구웠던 에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