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금지 - 김진래 집합금지 - 김진래 소중한 인생살이 한번 사는 인생 무엇이 두려운가! 벌금이 무서워서 고향에도 못가고 처량하게 울고 있네. 5인 이상 집합금지라면서 대중교통은 만원이고 고향집은 울상이네 * 2021년 설날 전야 ㅡ 조용한 설날, 내 인생에 태어나서 무엇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한 날은 없었다. * 코로나19는 5인 이상 모이면 위험하고, 5인 이하면 안전한가 물어보고 싶다.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1.02.11
모래 여인 - 김진래 모래 여인 - 김진래 남자는 어두움 속에 사막을 건너 여자를 찾아 간다 얼굴에 손을 가져가지만 유리관이 가로 막고 있다 여자는 숨을 쉬지 않고 평온한 자세로 누워있다 여자의 몸이 열리고 닫혔던 수모 따위도 잊고 눈을 뜨지 않고 누워있다 남자는 눈을 사르르 감는다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 또르르 유리관 위에 떨어진다 꿈속에 여자는 나타난다 검은 눈을 뜨고 여자의 눈 속에 사막의 밤하늘이 보인다 - 김혜순 시인의 ‘모래여자’ 패러디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10.03
그녀 - 김진래 그녀 - 김진래 그녀는 스물네 살 나는 스물한 살 그녀는 일학년생 나도 일학년생이고 과가 다르다. 우리는 교정에서 자주 만났다. 어느 날, 자취방 주인아주머니가 웃으시면서 그녀에게 나에게 시집가면 되겠네. 그녀는 답을 안 하고 웃어넘기고 나와 자꾸 거리를 두고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와 헤어진 지 벌써 삼십년이 넘었네. * 권정생 시인의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2' 을 읽고, 반성문이 아니고,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 했습니다.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08.22
파리채 - 김진래 파리채 - 김진래 비참했다 항상 손발 빌며 사는 파리를 향해 전진하는 파리채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탁! 딱! 끝끝내 벗지 못하는 이 허탈하다. * 장석주시인의 '파리'를 읽고서 바꿔 써 봄.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08.17
함께사는 삶 - 김진래 함께사는 삶 - 김진래 주방에 싱크대가 있고 가스레인지가 있고, 냉장고가 있고, 그릇이 가득한 찬장이 있고, 의자가 네 개 달린 식탁이 있고, 작은 창 너머엔 장미꽃과 능소화가 살고 있다 장미넝쿨과 능소화가 함께 거하고 부둥켜안고 올라와 주방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주방에서 삼겹살을 가스레인지위에서 지글거리고 아이들은 왕소금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나는 그냥 먹는다. 고기를 먹고 검은 물의 유혹에 원두를 갈아, 검은 물을 내린다. 나를 부르는 검은 물 나를 이끄는 검은 물 검은 물에 취한다. 검은 향기의 번짐 아 맛있다! 주방 작은 창밖의 장미꽃과 능소화가 부둥켜안고 쳐다본다.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08.16
나무를 보면 - 김진래 나무를 보면 - 김진래 높게 솟아오르려는 나무는 성장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서 자신의 내면을 살핀다. 여름에 무덥고 뜨거워지는 날, 나무들도 서늘해지려고 한다. 햇볕이 건들려도 꿈쩍하지 않고, 바람이 찾아와서 다른 곳으로 놀러가자고 해도 꿈쩍도 않는다. 나무는 가지를 뻗고, 많은 잎을 달고 생명의 본분을 다하는 것처럼, 사람도 자기의 본분을 다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 전도서 12장 13절 / 안도현시인의 글을 읽고서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06.28
별을 보라 - 김진래 별을 보라 - 김진래 새벽하늘을 쳐다보면 별들은 나를 보네. 별을 쳐다보면 별들은 반짝반짝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새벽거리를 배회하며 너를 보며 걷는다. 너의 빛남을 인해 너의 찬란함을 볼 때 나는 무엇이 되리 * 이성선 시인의 '별을 보며'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06.15
나의 아픈 추억 - 김진래 나의 아픈 추억 - 김진래 나의 인생에도 한 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지요.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밤하늘에 달무리질 때처럼 그녀는 나를 지나갔다 시리고 아픈 추억을 남기고 나의 젊은 시절에 그녀는 꽃잎처럼 떨어져 갔네. 나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다. 그때 그녀와 나는 골목을 굽이굽이 상처를 남기고 흔적을 남기고 그녀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이젠 아픈 추억으로 남겨놓고 가네. - 최영미 시인의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를 읽고서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06.07
두부 - 김진래 두부 - 김진래 두부는 희고 무르고 단단한 척 각을 잡고 세우고 있다. 또한 부드럽고 고소하고 비교적 값도 저렴해서 두부를 즐겨 먹는다. 뚝뚝 썰어서, 김치찌개, 된장찌개에 넣어서, 그냥 부쳐서 먹기도 하고 조려 먹기도 한다. 두부처럼 날카롭게 각을 잡고 오늘도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 이영광 시인의 ‘두부’를 읽고서 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20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