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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처럼 쓰기 : “시와 함께하는 출근길”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11일차 에세이필사 - 한정원처럼 쓰기 : “시와 함께하는 출근길”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겨울은 하룻밤 사이에도 올 수 있다 문학은 결국 문과 창문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나보다. 단단한 벽을 뚫어 통로를 내고, 거기 무엇을 드나들게 하고, 때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고, 안에서 밖을 밖에서 안을 살피는 일. 이제 나는 가진 것 중 가장 단단한 나무를 재단하고, 사포질을 하고 있다. 이것으로 다시 길고 긴 계절의 틈을, 하룻밤의 간격을 ..

“산책하며”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10일차 에세이필사 : “산책하며 줍줍”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언덕 서너 개 구름 한 점 나는 산책자이면서 수집자이다. 아니, 수집보다는 ‘줍줍’이라는 사전에 없는 낱말이 더 어울리겠다. (걷다가) 줍(고) (걷다가 또) 줍(고). 역시 쓸모 있는 물건인 경우는 드물다. 벌레 먹은 잎, 열매, 나무껍질, 돌멩이, 조가비—누군가는 쓰레기로 여길—같은 것들을 다람쥐나 들쥐 뺨치게 줍는다. 그래서 집을 나서기 전에는 주머니도 꼭 챙겨야 한..

“맑고 좋은날”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9일차 에세이필사 : “맑고 좋은날”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회색의 힘 아침 내내, 아침이 어두워지고 있다.* (...) 내친김에 잿빛 노래를 한 곡 재생시킨다. . 캐롤 앤 맥고윈이 믈라스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 흐린 날에는 모든 것이 떨어진다. 새는 날개를 떨어뜨리고(낮게 날고), 구름은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사람은 기분을 떨어뜨린다. 흔히 그보다 조금 부드러운 단어인 ‘가라앉다’를 선택하지만 말이다. 나는 흐린 날을 ..

“안부”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8일차 에세이필사 : “안부”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저녁이 왔을 뿐 집에 있을 때 불을 켜지 않고 저녁을 맞는 편이다. 서둘러 어두움을 쫓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이다. 대신 소리를 내어 시를 읽는다. 저녁에는 묵독보다 낭독이 좋다. 내 입술 사이에서 나온 검은 글자들이 새처럼 어둑하게 날아가는 상상을 하며, 나는 시와 저녁이 잘 어울리는 반려라고 느낀다. 모호함과 모호함, 낯설음과 낯설음, 휘발과 휘발의 만남. 바로 그러한 특질 때문에..

“침묵 예술가”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7일차 에세이필사 : “침묵 예술가”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국경을 넘는 일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 파도도 그치고 독수리들이 다시 날아간다 발톱이 피로 물든 채* 말을 잃은 적이 있다. 목소리를 갖고 있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말하고 싶은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내게서 말을 훔쳐간 것은 슬픔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되찾아올 힘이 내겐 없었다. 그때 나는 마르셀 마르소를 만났다. 무언극 배우인 마르소는 60년간 비(非)언어로 이야..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놀라워라,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집 쪽으로 다급하게 몰고 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는 밤의 물컹한 살을 한 움큼 움켜쥐며 걸었을 것을 아니 내 눈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 저편, 그 너머까지 탐색했을 지도 모를 것을 지금 내게 가장 급한 것은 오줌을 누는 일 지나가는 사람들 없는 사이 무릎까지 바지를 끌어내리고 오줌을 눈다 오줌을 누는 것은 대지와의 정사 혹은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 그리하여 다시 오줌이 마려워오는 순간이 오기까지 내 속이 잠시나마 환해지는 일 변기가 아닌, 이렇게 아파트 단지의 구석..

"누군가의 말에 위로 받은 말"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6일차 에세이필사 : "누군가의 말에 위로 받은 말"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잘 걷고 잘 넘어져요. 다니던 병원을 관두고,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정형외과 의사와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깁스를 한 달 넘도록 하는 바람에 그게 오히려 인대를 굳게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심정으로, 주기적으로 침을 맞으러 다녔다. 그날도 침대에 누워 기다리는데, 한의사가 들어오더니 말했다. “왼쪽 발로 걷는 거 무섭죠?” 침..

“시(詩 )같은 인생”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5일차 에세이필사 - 작문하기 : “시(詩 )같은 인생”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미션 할 본문 ▮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 그녀는 이십대 후반부터 외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즈음의 나에게도 은둔에 대한 욕구가 꾸준히 있었다. 사람이나 생활에 환멸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저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선택하고 싶었다. 만약 내가 진심으로 바라던 대로 살았다면, 에밀리 디킨슨의 일생과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매일 시를 쓰고, 정원을 가꾸고, 생강빵을 잘 구웠던 에밀..

“퇴근길”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4일차 에세이필사 : “퇴근길”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내가 찾은 것은 호수이다. 소로우는 1846년 3월의 일기에서, 얼음이 녹고 봄의 징후가 찾아온 호수를 보며 이렇게 적었다. “봄의 신호는 하늘에 나타나기 전에 먼저 호수의 가슴에 비친다.” 내가 그보다 늦게 4월의 한가운데에서 호수를 보았을 때, 호수의 가슴에는 엷은 분홍빛이 감돌았다. 호숫가 둘레를 수십 그루의 벚나..

“고향 - 전윤호”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 흐름>

♣ 8-3일차 에세이필사 : “고향 - 전윤호” http://aladin.kr/p/0NDeO 시와 산책 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 www.aladin.co.kr ♣ 필사 할 본문 ▮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나는 여전히 동네를 걷는다. 산책의 끝에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거기에서는 동네가 한눈에 보인다. 어지러운 골목도 위에서 보면 단순해서 지도를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물 무렵이면 사람이 사는 집에는 전등이 하나둘씩 켜지고 빈집은 그대로 어둠 속으로 묻힌다. 그 사이를 쭉 이으면 별자리가 될 것도 같다. 돌아누운 사람의 굽은 등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