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205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1939~ 너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시집(문학과 지성사, 2018, 초판은 1989) === 소확행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요즘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하는데, 큰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자주자주 느끼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노다지를 볼 수 있는 안목과 노다지를 팔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바다횟집 - 김경주

50) 바다횟집 - 김경주 그 집은 바다를 분양 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놓고 일 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 알들이 생선을 열면 꼭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불러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들러 앉아 사발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받는다 - 시선집(오광수, 사과나무, 2004) === 2018년 여름 휴가 때, 대구 ~ 부산 낙동강하구둑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