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205

송년회 - 황인숙

송년회 - 황인숙 칠순 여인네가 환갑내기 여인네한테 말했다지 “환갑이면 뭘 입어도 예쁠때야!” 그 얘기를 들려주며 들으며 오십대 우리들 깔깔 웃었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 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 간명한 이치 내 척추는 아주 곧고 생각 또한 그렇다(아마도)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시집(문학과 지성사, 2016) === 지금은 내가 살아 온 가장 많은 나이이고,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임에도 젊음보다 늙어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노년에 어떻게 살까? 고민하며 살고 있다. 내 몸은 아직도 젊음을 갖고 있고, 생각도 젊음이 넘친다.

지난 발자국 - 정현종

80) 지난 발자국 - 정현종 지난 하루를 되짚어 내 발자국을 따라가노라면 사고(思考)의 힘줄이 길을 열고 느낌은 깊어져 강을 이룬다 - 깊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고, 마음이 아니니. 되돌아보는 일의 귀중함이여 마음은 싹튼다 조용한 시간이여. - 시집(문학과 지성사, 2015) ===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며 사고하는 힘을 길러서 지금 보다 좀 더 나은 삶의 길을 걸어가자!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 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