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205

시골 창녀 - 김이듬 <히스테리아>

시골 창녀 ㅡ 김이듬 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 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 우리 집안에 열녀는 있어도 기생은 없었단다 백정이나 노비, 상인 출신도 없는 사대부 선비 집안이었다며 아버지는 족보를 외우신다 낮에 우리는 촉석루 앞마당에서 진주교방굿거리춤을 보고 있었다 색한삼 양손에 끼고 버선발로 검무를 추는 여자와 눈이 맞았다 집안 조상 중에 기생 하나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 창가에 달 오르면 부푼 가슴으로 가야금을 뜯던 관비 고모도 없고 술자리 시중이 싫어 자결한 할미도 없다는 거 인물 좋았던 계집종 어미도 없었고 색색 비단을 팔러 강을 건너던 삼촌도 없었다는 거 온갖 멸시와 천대에 칼을 뽑아 들었던 백정 할아비도 없었다..

다시 - 박노해

다시 -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체로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시집(느림걸음, 2015) ===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며, 희망을 이야기 한다. 또한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을 찾아나서는 자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좋은 이웃이 되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러므로 나는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신이 희망임을 알고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며 다시 시작한다.

산 속에서 - 나희덕

90)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 시집(창비, 1994) === 한 때, 북한산을 여러 코스와 둘레길을 걷고할 때,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 본 기억이 있다.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을 만나고, 갈림길을 만나던가 하면 무척 당황스럽다. 어둠 속은 아니지만 혼자서 길을 찾기가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